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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 국민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고하승
   



‘승자독식’ 구조인 우리 선거제도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사표’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민심왜곡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낮은 득표율로 당선이 가능한 구조, 1등에게 간 표가 아니면 모두 사장되는 선거제도는 유권자 표심은 물론 투표성향 자체를 왜곡한다.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찾기보단, 당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느 정당은 득표율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가하면, 어느 정당은 득표율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의석을 가져가게 된다.

실제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고작 25.5%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의석수는 123석으로 무려 41%를 자지했다.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은 33.5%로 민주당보다도 8%포인트가 더 높았지만 차지한 의석은 122석으로 오히려 민주당보다도 한 석 더 적었다. 그러나 의석비율은 40.7%로 정당 득표율보다는 7.2%포인트 높았다.

반면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은 26.7%로 민주당보다도 1.2%포인트 높았음에도 의석수는 고작 38석에 그쳤다. 정의당은 7.2%의 정당득표율에도 의석은 6석(2%)을 얻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은 과다 대표되는 반면 군소정당은 과소 대표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의 의석수는 유권자 표심과 어긋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학계와 국민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 정치' 간담회를 갖고 "대표성이 제대로 발현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가.

만일 20대 총선을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초과의석 허용) 정당별 의석 비율은 민주당 34.3%(110석), 새누리당 32.7%(105석), 국민의당 25.9%(83석), 정의당 7.2%(23석)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당은 비교적 정당 득표율에 비교적 근접하는 의석수를 얻게 되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2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ㆍ비례대표 비율 격차를 2대 1로 줄여 의석수를 각각 200석과 100석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낸 것은 이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태도가 문제다. 민주당과 한국당 역시 카메라 앞에선 선거제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카메라가 꺼지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따라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대략적인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정동영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 언론이 정개특위 위원 18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조사에 민주당 소속 위원 8명 가운데 단 한 사람만 응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한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던 것과도 사뭇 다른 태도로 민주당이 이 문제에 얼마나 소극적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나 과거 여당 시절 한국당의 모습이나 선거제도 개혁을 접근하는 모습이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평화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선거제 개혁”이라고 호응했지만 응답을 거부한 12명 가운데 5명이 한국당 소속 위원이다. 

30년 넘게 소선거구제 및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기득권을 누려온 거대 양당이 겉으로는 민심을 왜곡시키는 현행 제도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외치면서도 실제는 “우리에게 유리한 이대로가 좋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상 총선 1년 전까지는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선거구까지 확정해야 한다. 2020년 21대 총선 1년 전인 내년 4월을 목표로 한다면 적어도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유의미한 논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정치권에 선거제도 개혁의 모든 걸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을 압박해야만 ‘민심 왜곡’을 막고, 사표를 방지하는 올바른 선거제도가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다당제도 안착될 수 있는 것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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