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걷어낼 수 없는 ‘박근혜 그림자’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1-13 14: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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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내 잔류파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평가와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잔류파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 지도부는 수세에 몰린 듯 말수가 확연하게 줄었다.

실제 잔류파 핵심 홍문종 의원은 작심한 듯 복당파를 향해 연일 날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 복당파 지도부를 겨냥해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인적 쇄신이란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하려 한다면 한 발짝도 못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홍 의원은 최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며 “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탄핵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당내에선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홍문종 의원은 태극기 부대에 대해 “그분들이야말로 우익의 근간이다.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상현 의원도 태극기부대를 ‘애국 세력’으로 규정하며 “애국 세력이 장내(국회 내) 야권 세력과 반문재인 연대를 결성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선 태극기 부대가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대거 입당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잔류파 인사들이 탄핵을 세(勢) 결집의 매개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잔류파 진영 인사들은 13일 오전 여의도 모 식당에서 '우파재건회의'를 열고 내년 2~3월쯤 개최될 예정인 전당대회 후보 단일화와 우파대통합에 대해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한국당재건비상행동 대변인인 구본철 전 의원은 모임에 앞서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의중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재야에 머물고 있는 황 전 총리가 이 모임을 통해 향후 당권 행보에 대해 결심할 경우 태극기부대와 잔류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홍준표 전 대표가 이날 ‘박근혜 배신자론’에 대해 구구하게 해명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상세히 설명하며 ‘배신자’라는 비난이 당혹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이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태극기부대와 같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은근한 손짓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록 한국당 지도부는 복당파로 구성돼 있어서 외형상 그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한국당 본류는 그들이 아니라 태극기부대나 잔류파와 같은 친박 세력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주겠다”며 삼고초려 끝에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를 어느 날 갑자기 문자로 ‘셀프해임’한 것 역시 당내 친박세력 확장에 대한 복당파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그동안 ‘탄핵 끝장토론’, ‘태극기부대 통합’, ‘김무성 의원 전대 불출마’ 등과 같은 이슈들, 즉 복당파들이 불편해 하는 이슈들을 끊임없이 생산해 왔다.

따라서 그가 휘두를 칼날이 잔류파가 아니라 복당파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복당파들이 전 변호사의 해임을 압박하고 나섰고, 결국 김병준 위원장이 그를 전격적으로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치로 당내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박근혜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박근혜 그림자는 더욱 짙어질 것이고, 결국 탄핵에 주도적으로 앞장섰던 복당파는 태극기부대의 눈치를 살피며 비굴하게 한국당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과감하게 탈당을 하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한국당에 다시 돌아가는 건 ‘정치퇴행’이라며 복당을 만류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결과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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