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착각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1-25 11: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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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등만 살아남은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이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갈망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다.

하지만 당시 야당의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던 선거구제 개편은 끝내 이루어지지지 않았고, 여전히 ‘승자독식’구도의 잘못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당시 선거구제 개혁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25일 이번 정기국회 내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실제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김관영 원내대표, 평화당의 정동영 대표·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윤소하 원내대표 6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기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토록 소망하던 ‘선거구제 개혁’을 이룰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방안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절충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특위가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를 전제로 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유력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도보다 불비례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어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철회하고, 대신 현행 비례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는 절충형 비례대표제 족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즉 현재 47석에 그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가량으로 늘려 이중 절반은 연동형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비례형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거대 정당으로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촛불의 명령일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자신(민주당)의 공약이었다"며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자기모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국회의원 몇석 더 얻으려고 당리당략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좁쌀 정치, 하수정치”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일 때 당론으로 만들었고 대선 후보 때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제와 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하는) 이 기막힌 이중정치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하게 말씀을 해줘야한다”고 압박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민주당 주장은)정개특위 시작 한 달 만에 비례성과 대표성 확보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대전제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당에서 자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체 민주당은 왜 문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이자. 지난 2016년 총선 공약이었던 선거구제 개혁을 반대하는 것일까?

아마도 민주당은 현재의 높은 정당 지지율이 차기 총선 때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물론 민주당 지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두드리고 있는 계산기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연동형 비례 대표제 도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3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해 물은 결과 42%가 '좋다', 29%는 '좋지 않다'고 답했으며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난 20일~22일 조사·전화조사원 인터뷰·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응답률 1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고하거니와 민주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선거공학 적으로도 결코 자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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