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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말장난
편집국장 고하승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발생하는 사표와 민심왜곡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향하던 방향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며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에 ‘석폐율제’를 언급하면서 “20%를 득표를 얻을 경우 20%에 해당하는 대표를 낼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석폐율제’ 역시 지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석폐율제’나 문 대통령의 ‘권역별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용어만 다를 뿐, 야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와 ‘연동형’이라는 의미에서는 차이가 없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2015년에 국회에 제안한 선거제도 이름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이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따랐다. 권역을 나눈 지역에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만약 전체 의석 50석이 배분된 A라는 지역에 한 정당이 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다 포함해 15석을 넘지 않게 조정된다.

단지 전국을 하나로 묶느냐. 아니면 권역별로 나누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연동형’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대선 공약 파기”라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직면하자, 이해찬 대표가 “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석폐율제’를, 문 대통령은 ‘권역별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것은 지금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의미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더 이상 자신들이 공약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다른 것처럼 호도하는 말장난을 하지 말라.

민주당의 이같은 말장난 속에는 독일식 방식이 아닌 일본식의 병립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 방식은 이미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게 일본 총선을 통해 입증됐다.

실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주당 일각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하나 이는 현재 (선거제도)의 극심한 민심 왜곡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실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일본의 경우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33.28%의 지지율로 전체 의석의 61%에 해당하는 284석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정치개혁의 핵심인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끝내 무산될 경우, 그 비난은 고스란히 민주당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거대양당제 하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국민들은 애당초 청산대상인 한국당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그들이 온갖 황당한 논리를 앞세워 반대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촛불시위’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은 달라야 한다. 다를 것이라 믿고 지금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손해 볼 것 같으니까 ‘정의’를 외면하고 정당의 이득을 쫓겠다고 하니 야당은 물론 그동안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시민사회단체가 분노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분명히 노선을 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자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추진 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당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포기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이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선 국민이 반드시 한국당과 함께 민주당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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