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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한국형’은 ‘사이비’?
   
편집국장 고하승


일찍이 공자는 사이비(似而非)에 대해 “겉과 속이 전혀 다르고 진짜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가짜를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이비자(似而非者)를 미워한다. 사이비한 것을 미워하는 것은 사이비는 덕(德)의 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사이비가 종교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판을 치고 있다.

실제로 선거제도 개혁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요상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여야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마치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 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로 포장했던 독재 세력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섬뜩하기 그지없다.

사실 ‘한국형’의 원조는 종신 집권을 꿈꾸며 구축한 유신독재 체제를 ‘한국형 민주주의’라 미화시켜 불렀던 박정희였다. 그러나 ‘유신체제’는 ‘사이비 민주주의’로 실상은 ‘가짜 민주주의’다.

이번에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사이비 연동형‘으로 명백한 ’가짜 연동형‘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한국식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후보 득표율을 혼합해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것으로 현재의 ‘승자독식’구조의 선거제에 의한 민심왜곡을 온전히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연일 선거제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는 사표발생에 따른 심각한 민심왜곡 현상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실제로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소수파에게도 그 득표비례에 따라 의석을 부여하여 소수대표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 사표를 방지하고 득표수와 당선자 수의 비례관계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 다수파가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것을 막고 여론을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민들도 이 제도에 대해선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42%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좋다’고 답한 반면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찬성의견이 무려 13% 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국민여론으로 인해 민주당이 대놓고 ‘연동형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한국형’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 ‘사이비 연동형’, 즉 일종의 ‘변종’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사이비’ 술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민주당이 언급한 ‘한국형 연동형’이나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공자의 지적처럼 진짜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가짜다. 즉 민주당의 한국식 연동형은 ‘연동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미적대면서도 여러 가지 안을 제시하고는 있는데, 일견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떨어져 있는 변종"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과 혼란을 야기한 민주당의 주장은 득표율보다 의석수를 더 가져가겠다는 양심 없는 속내를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속내를 감추기 위해 최근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세모 같은 동그라미'를 그리자는 말과 다를 것이 없는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디 ‘한국형’이라는 용어가 ‘사이비’라는 용어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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