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더불어한국당’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2-10 11: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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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10일로 닷새째를 맞이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수를 정당의 지지율에 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비례성이 높고, 특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가져갈 수 있어 민심을 왜곡하는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 사이에서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실제로 최근 교수·연구자 등 195명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는가하면, ‘비례민주주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잇따라 이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들 역시 찬성여론이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42%로 집계된 반면 '좋지 않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100대 국정과제로 이 제도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의 승자독식 제도는 사표발생으로 인해 심각한 민심 왜곡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일, 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촛불시시위로 망한 한국당은 원래 그런 정당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촛불시위로 탄생한 민주당까지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일에 부정적인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민주당의 본질이다.

외형상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로 적대시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항상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도 그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사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정국 경색을 막기 위해 지난 8일 예산안 처리 직전까지 선거제 개혁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합의문 초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조정토록 한다', '국회의원 정수,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 비율, 지역구 의원선출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선거제도 개편방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2월 중 합의토록 노력하고,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최종 확정 의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갑자기 민주당은 야 3당을 배제한 채 한국당의 손을 잡고 선거제 개혁 없는 예산안을 통과시켜버렸다.

그렇게 해서 통과된 예산안은 참으로 가관이다.

거대양당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예산은 증액하고 '국민 밥그릇 예산'은 감액하는 나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실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의 지역구에는 1조2000억의 SOC 예산잔치를 벌인 반면, 청년 일자리, 장애인, 노인, 빈곤층을 위한 복지예산 1조2000억은 대거 삭감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양당은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의원 1인당 비용이 2000만 원 넘게 증액 됐다고 한다.

이것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손잡고 저지른 ‘갑질’ 예산안의 후안무치한 실상이다.

오죽하면 민주당과 한국당을 하나로 묶어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인터넷상에 넘쳐나겠는가.

거대양당의 기득권 연대를 위해 2년 전 겨울 촛불을 들었는지 자괴감이 든다는 네티즌들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반성하고, 애초 당론이었던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 서 주기를 바란다. 장담하거니와 정의를 따르지 않고 주판알을 튕기다가는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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