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밉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2-11 13: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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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자유한국당보다) 더불어민주당이 더 밉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최근 행보가 얼마나 요상했으면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인 이정미 대표가 이런 말을 했을까 싶다.

사실 여당이 되면서 달라진 민주당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시절에는 줄기차게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승자독식의 현행제도는 사표발생으로 인해 민심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연동형을 기반으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민심 그대로 의석수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민주당의 당론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둔 이후 민주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전국 평균 51%의 득표율로 광역의원 의석은 79%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경우는 51%의 득표율로 무려 93%의 의석을 가져갔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한 표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모두 소중한 것이기에 이런 잘못된 제도는 당연히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20년 집권 플랜'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민주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2020년 총선에서도 6.13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기대감이다. 지방선거 당시 대통령 지지도는 80%에 달했으나 지금은 50%대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른바 ‘고용쇼크’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때와는 정반대로 여당이 궤멸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제1야당인 한국당 탓이라면서 책임전가에 급급한 모양새다.

실제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1일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예산안 처리 직전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지만, 한국당이 반대했다”며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절대 반대하지 않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반영해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작성한 합의문 초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한국당 의원총회 결과 90%가 반대한다고 해 합의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를 추진할 의사가 있지만 한국당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말은 믿어도 되는 것일까?

‘6일째’ 단식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를 확실히 한다는 민주당의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집권여당은) 이제 남 탓 그만하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고 제시해 달라"며 "민주당은 정확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선 먼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하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어려차례 말 바꾸기를 한 것이 민주당이니만큼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는 민주당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연동형비례데표제는 한국당에도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6.13지방선거 당시 부산 광역의회는 민주당이 41석을 차지한 반면 한국당은 고작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만일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다면 한국당은 두 자릿수 이상의 의석을 가져 올 수 있었다.

따라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국민을 위해 기꺼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거대 양당에게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국민은 또 다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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