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연동형 합의’, 그러나...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2-16 12: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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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지지한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15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전달됐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이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요구를 수용해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 문제를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87년 개헌 이래 30년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선거제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이는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손 대표와 이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열흘 만에 얻어낸 결과물로 두 사람의 목숨을 건 ‘벼랑 끝 전술’이 낡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민주당 홍영표ㆍ한국당 나경원ㆍ바른미래당 김관영ㆍ평화당 장병완ㆍ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개혁 합의문을 발표했고, 두 사람은 단식중단을 선언했다.

합의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여야가 '연동형'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뜻을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빌미로 선거제도 개혁 자체를 발목 잡아왔던 민주당과 한국당이 ‘의원정수를 10%이내에서 늘리는 방안도 검토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파격적이다. 이로써 거대 양당은 더 이상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여론을 핑계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오는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타임 테이블까지 마련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거대 양당이 그냥 미적거리며 무한정 시간끌기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실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합해 순식간에 처리했던 예산안보다 어려울 이유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올해 안에라도 국회본의에서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는 게 선거제 개혁이다.

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시스템에서 엄청난 기득권을 누려왔던 거대양당은 연동형을 찬성하는 국민여론에 밀려 겉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행세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버텨보자는 생각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들면서 최종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손학규 대표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몸을 좀 추스린 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확실한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이정미 대표 역시 “단식 10일, 20일, 30일이 되는 것보다 30년 기다려 온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이 싸움을 긍정적으로 견뎠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우리 정치가 다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언제든 다시 이 자리에서 농성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게다가 제1야당인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반드시 권력구조를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월 내 선거법 개정안 처리라는 합의를 지키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건 사실상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한마디로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 한다'는 조항이 선거제도 개혁의 말목을 잡는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표발생으로 인해 민심을 왜곡시키는 현재의 ‘승자독식’ 선거제도, 즉 ‘1등만 기억하는 잘못된 제도’는 국민여론에 밀려 바뀔 수밖에 없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결국 도입될 것이란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 거대양당은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 회초리를 맞고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할지, 아니면 매 맞기 전에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혁대열에 합류할지 양단간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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