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주어가 없다”...‘시즌2’인가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2-17 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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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여야 5당은 지난 15일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요구를 수용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홍영표ㆍ한국당 나경원ㆍ바른미래당 김관영ㆍ평화당 장병완ㆍ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선거제 개혁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합의문 가운데 국민은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 한다’는 내용과 ‘의원정수를 10%이내에서 늘리는 방안도 검토 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여야가 '연동형'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에 뜻을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특히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여론을 빌미로 선거제도 개혁 자체를 발목 잡아왔던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당연히 선거제도의 개혁 방향은 약간의 의원정수가 증가하더라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시스템에서 엄청난 기득권을 누려왔던 거대양당은 연동형을 찬성하는 국민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합의했을 뿐, 실제로는 연동형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5당의 합의문에는 선거법 개혁안을 정개특위에서 합의하고 1월에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내년 1월 공직선거법 처리와 4월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올해 12월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의 주장에 “졸속합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3김 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재를 뿌리고 나섰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아예 합의자체를 전면 부정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어가 없다”는 과거의 궤변을 되풀이 한다는 느낌이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BBK의 실소유주가 누구냐’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이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나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발언에는)주어가 없었다"며 이 후보와 BBK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었다.

누가 봐도 “BBK를 만들었다”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내가”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었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는 단지 이 전 대통령이 “내가”라고 직접 거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주어가 없다”는 전대미문의 궤변으로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번에 선거제 개혁 합의를 전면 부정하며 오리발을 내미는 그의 모습은 “주어가 없다”는 ‘시즌2’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선거구제에 대해서도 합의에 응해준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며 "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려면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마저도 전혀 합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 한다’는 내용과 ‘의원정수를 10%이내에서 늘리는 방안도 검토 한다’는 내용은 무엇인가.

국민 모두가 허깨비를 본 것인가?

아니면 “주어가 없다”는 나 원내대표의 ‘시즌2’를 보는 것인가?

'합의했지만 합의 안했다'는 나 원내대표의 궤변, 이런 식리라면 앞으로 여야 원내대표단이 나 원내대표와 합의한 것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여야가 합의할 때마다 매번 그 내용을 공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늘.

경고하거니와 나 원내대표의 이런 궤변은 한국당은 물론 자신의 정치역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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