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아침햇살
‘말 바꾸기’ 나경원, ‘왕따’ 되나
   
편집국장 고하승


정치인이라면 비록 자신이 조금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는 것이고, 그런 정치인이 장차 큰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순간의 이익을 쫓아 자꾸 말을 바꾸면,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꼭 그 모양이다. 자주 말을 바꾸다보니 그에겐 ‘말 바꾸기 달인’이라거나 ‘거짓말의 달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1등만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는 사표발생으로 인해 심각한 민심왜곡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국민의 요구사항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은 절반 이상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방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역선거구 제도를 부정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 간 야합이 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과거 BBK 사건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주제가 없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던 일이 생각나 터져 나오는 실소를 참기 어려울 지경이다.

국민에게 공개된 합의문에 명시돼 있듯 여야 5당이 합의한 사항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이다.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하는데 그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걸 적극 검토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나 원내대표는 문구하나하나 신경 써 가면서 손을 보고 난 후에 서명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 원내대표는 적극검토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처럼 부정적인 발언으로 ‘적극 저지’에 나서고 있으니 앞으로 누가 그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밖에도 나 원내대표가 말을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는 어제 한국당에 복당한 이학재 의원의 국회 정보위원장직 유지논란에 대해 “국회관행”이라며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단 입장을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이학재 의원을 설득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김관영 원내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말 바꾸기를 한 셈이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당적 변경했다고 상임위원장을 내려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명백한 거짓말이다.

실제로 2016년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은 당시 맡고 있던 안전행정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위원장은 정당의 몫인데 탈당을 했으니 내놓아야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5년에는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았던 박기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이후 국토교통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다만 지난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주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동철 국토교통위원장 등은 탈당 후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위원장직을 유지했다. 또한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등도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위원장직을 반납하지 않았다.

2017년에도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장병완 산업자원통상위원장 등도 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고 민주평화당으로 입당했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분당’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인의 탈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렇듯 나경원 원대표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에도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니다. 순간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해 국회에서 합의한 것마저 입장을 바꿔버린다면, 앞으로 어느 정당이 그를 믿고 협의하려 하겠는가. 이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왕따’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저작권자 © 시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하승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HOT 연예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