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 개방 40주년과 이광요의 역할

조갑제 / 기사승인 : 2018-12-20 13: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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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몇 년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李光耀를 다섯 시간 인터뷰한 내용을 6페이지에 걸쳐 실었다. 타임 기자가 “지금까지 公的(공적)생활을 통해서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는 누구냐”고 물었다. 리 전 수상은 “鄧小平(등소평)이다”고 말한 뒤 이렇게 설명했다.

“1978년 11월 그가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나는 그 앞에 재떨이와 가래통을 갖다놓았으나 그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鄧小平은 ‘당신은 싱가포르를 위해서 위대한 일을 했군요, 축하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무슨 뜻인가요’라고 하니 鄧小平은 ‘1920년에 내가 마르세이유로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 들렀는데 그때는 형편없는 도시였지요. 이제 와서 보니 완전히 달라졌어요’라고 했어요.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하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 남쪽에서 온 땅 없는 농민 출신이지만, 귀하는 관료와 작가들과 사상가들, 그리고 그 많은 명석한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1992년 등소평은 南巡講話(남순강화)라는 걸 했는데 이때 ‘싱가포르에서 배우자.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때 내가 한 말을 이 분이 잊지 않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1978년에 방콕,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이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 세 나라가 3류 도시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류 도시였고 북경이나 상해보다도 나았거든요. 그가 탄 비행기의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나는 참모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부하들이 혼나고 있을 거야. 보고를 잘못 올렸거든.’ 그가 돌아간 뒤 數週(수주)가 지나지 않아 인민일보는 더 이상 싱가포르를 미국의 走狗(주구)라고 비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싱가포르가 깨끗하고 정원도시이며 주택사정이 좋다고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노선을 바꾼 거지요. 곧 鄧小平은 개방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74세의 평생 공산주의자가 대장정의 동지들을 설득하여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지요.”

19일은 등소평이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광요를 만나고 돌아간 등소평은 한 달 뒤 역사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故李光耀 전 싱가포르 수상은 아시아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면서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치가였다. 중국과 서구에서 인기가 높았다. 세계 지도자들이 가장 傾聽(경청)하는 사람일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그래함 엘리슨 및 로버트 D. 블랙윌 교수가 그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하여 책으로 냈는데(2013년 MIT 출판부, 'LEE KUAN YEW, The Grand Master's Insights on China,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중국에 대한 관찰이 흥미롭다. 요지를 정리하였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 삼아 이웃 나라들을 자신의 경제 시스템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도 불가피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나라들을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이웃 나라들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남아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중국의 인질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경제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 정치 면에서도 군사력보다는 외교정책을 앞세운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 국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약점은 문화, 언어, 그리고 다른 나라의 人材들을 끌어들여 同化(동화)시키는 능력의 부족이다. 중국이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公用語로 삼지 않으면 외부의 인재들을 데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인구는 네 배나 많은 데도 기술 혁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좋은 아이디어를 놓고 경쟁하거나 토론하는 문화가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려고 하면 무너질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중국에서 민주화 혁명 같은 게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면 잘못이다. 천안문 사태를 주동하였던 학생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1인1표제에 의한 민주제도를 단연코 반대한다. 그렇게 하면 多黨制(다당제)에 의한 政爭(정쟁)으로 안정이 무너질 것이고 지방에 대한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1920, 30년대의 軍閥(군벌) 시대가 再來(재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실용적이란 걸 전제로, 중국이 잘못 될 확률을 20% 정도로 본다.

*習近平(시진핑)은 胡錦濤(후진타오)보다 강한 지도자이다. 그는 늘 웃는 얼굴이지만 강철 같은 영혼의 소유자이다. 나는 그를 넬슨 만델라 級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시련을 많이 겪은 덕분에 굉장한 감정적 안정력이 있어 개인적 불행이나 고통으로 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강의 나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개발 도상국과 달리 중국은 중국으로 남기를 원할 뿐 서양의 명예회원이 되기를 거부한다. 중국은 그러나 독일과 일본과 러시아가 군사력으로 (英美圈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경우를 연구하여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하면 질 것임을 잘 안다. 군사적 대결을 피하기 위하여 고개를 숙이고, 웃으면서 40년 혹은 50년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들의 大戰略(대전략)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출처 :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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