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미래주택을 꿈꾼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01-10 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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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미래주택연구소 소장
▲ 김학수 미래주택연구소 소장
모임이 많은 시기다. 오랜만에 모인 벗과 친지들은 쏜 살 같이 지나가버린 지난해를 아쉬워하며, 2019년 새해 다짐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서로에 대한 안부와 덕담으로 시작된 모임은 자연스럽게 화제가 바뀐다. 중년의 화제는 항상 자녀들의 입시와 아파트 이야기다.
“누구네 아들은 00대에 들어갔고, 누구네 딸은 장학금을 받았다더라.”
부러움과 탄식이 오가고 술잔이 몇 순배 더 돌다보면 좌중의 누군가는 꼭 아파트 이야기를 던진다.
“이번에 분양 받은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일억이래, 요즘은 서울의 똘똘한 집 한 채가 답”이라는 한 친구의 이야기에 “서울의 아파트는 분양받는 것이 아니라 물려받는 것”이라며 모두가 쓴 웃음을 짓는다.
부동산을 공부하다보니 집에 대한 질문의 답은 항상 나의 몫이다. 그 때마다 “제일 살기 좋은 동네는 지금 사는 동네야”라며 웃어넘길 때가 많다.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을 공부하는 것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수익률을 연구하는 것과 동일시되고 부동산은 재산적 가치로만 평가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스스로 재산 증식의 길라잡이를 자처하며 소시민의 물적 욕구를 채워주고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이다. 임장이니 갭 투자니 하는 말도 부동산 투기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도시의 이상적인 개발과 보편적인 주거 복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도시의 개발은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과 연결될 때 가치 있는 것이며, 주거의 복지 또한 내 집 마련 이후에 고민할 문제로 미루어 버린다. 집에 대한 욕망은 역세권, 숲세권, 학세권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가치인 도시 교통망과 공원, 교육시설마저 사적인 영역 안에 끌어들인다.
지금 이 시간도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SNS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수많은 정보와 의견이 24시간 넘쳐나고 있다.
가계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는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0년 동안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그 후로도 매달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설령 우리 세대가 마이 홈의 꿈을 이루고 스스로에게 중산층이라는 지위를 허락한다한들 미래 세대의 주택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주택 가격의 상승이 달랑 집한 채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주택자와 임대 사업자가 아니라면 집값의 대세 상승이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100%를 넘어버린 주택보급률과 저출산 고령화 추세,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경제상황은 부동산 불패신화의 끝을 조심스럽게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주택 정책 또한 주택의 공급과 시장가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인을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으로 규정하고 그 해법으로 “신도시와 착한 분양가”를 제시한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신규 개발지 인근 부동산에 대한 투기와 지가 상승, 로또 아파트라는 이름의 청약 광풍으로 귀결되었다. 소수의 인근 땅 주인과 청약 당첨자에게 엄청난 시세차익만 안겨줄 뿐 기대했던 정책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판교와 위례 신도시의 경험에서 학습하지 않았는가?
주택 문제의 해결은 인식의 틀을 깨는데서 시작된다.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소유와 투자가치로만 해석되던 공동주택의 틀을 깨고 이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이 분주하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주택 혹은 사회주택, 협동조합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도되는 작은 움직임과 노력은 우리의 주거 문화를 변화시키고 부동산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한국식 자본주의의 꽃이 된 아파트에 대한 반성과 함께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주택에 대한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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