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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문제의 근원은 ‘승자독식’ 선거제
편집국장 고하승
   



손혜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전남 목포 부동산 집중 매입’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손혜원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기사를 쓴 언론사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고도 본인의 잘못된 처신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손 의원의 주장처럼 설사 투기 성격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에 대해선 사과했어야 했다. 그런데 회견 내내 국민을 향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대국민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아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다.

민주당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당 지도부는 그의 탈당을 적극 만류했다고 한다.

심지어 ‘투기의혹’이라는 도덕적 문제로 탈당하는 초선 의원의 기자회견임에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나와 손 의원의 회견을 도왔다. 마치 손 의원의 ‘호위무사’가 되어 그의 수발을 드는 것처럼 여겨져 지켜보는 이의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탈당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홍 원내대표에 대해 "이런 곳까지 따라 나온 원내대표 모습이 이렇게 초라하고 한심해 보일 수가 없다", "입당하는 사람 옆에 당대표 있는 건 봤어도 탈당하는 사람 옆에 대표가 있는 건 무슨 해괴망측한 그림인가", "여당 대표는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 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당을 떠나는 손혜원씨 배웅하러 들러리로 나서다니", "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홍 원내대표 기자회견 하는 데 왜 나온 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분석가인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도 "민주당이 손 의원을 연대보증 한 것이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주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가 손 의원 기자회견에 동행해 손 의원 변호를 한 것은 원내대표 권위나 국회 권위를 손상한 것이다.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안됐으나 홍영표 원내대표도 책임져야 한다"고 ‘원내대표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대체, 왜 이런 해괴망측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손학규 대표는 "대통령과 (대통령)부인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국민의 혈세를 마음대로 쓰고 문화재 관리사업이라고 해서 여러 형태로 투자를 해 자산을 늘린다. 이것을 촛불혁명이라고 얘기하는 게 나라인가"라며 "문제는 청와대이고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대통령제가 문제라는 뜻이다.

실제로 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의 중고등학교 친구이자 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제왕적대통령의 최 측근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비록 초선의원이 ‘투기의혹’으로 탈당하는 데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수장인 원내대표가 호위무사처럼 그와 동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손 의원의 기자회견 태도가 오만불손 한 것 역시 그런 든든한 배경, 즉 제왕적대통령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87년 낡은 체제의 제왕적대통령제를 바꾸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당장 헌법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작년에 여야 5당이 합의한 대로 연동형비례대표제라도 우선 도입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를 바로 잡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할 수밖에 없고, 손혜원 의원 사태와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은 이번 손혜원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물론 전국 58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손 의원의 도덕적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며 "홍영표 원내대표가 호위무사처럼 나와서 손 의원을 안내한 것을 보고 이 나라 권력이 어디가 있고 그 권력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의 폐단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연히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옳았다. 그런데 그는 여기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승자독식 선거제를 통해 유권자의 표 가운데 절반 가까운 표를 사표로 만들어 자신들의 의석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표 도적질’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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