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국식 연동제’는 사이비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1-22 14: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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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여론에 밀려 결국 선거제 개혁안이라는 걸 내놓긴 내놓았는데, 마치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여겨져 짜증이 날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으로 국민은 이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제도가 자신이 행사한 소중한 표가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걸 인식하게 된 탓이다. 실제로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는 유권자가 행사한 표의 절반가량이 사표(死票)가 되어,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만다. 그렇게 쓰레기가 되어 버린 국민의 소중한 표를 기득권 정당인 거대양당이 나눠 갖는 게 바로 지금의 제도다.

따라서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청년, 학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꼼수’를 부린다.

민주당이 ‘한국식 연동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독일식 연동제’를 한국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앞에 ‘한국식’이라는 수식어가 달리면 뒤에 오는 용어가 무엇이든 그건 ‘사이비(似而非)’를 의미한다. 즉 박정희 정권이 주장하던 ‘한국식 민주주의’가 ‘민주주의’가 아니 듯, ‘한국식 연동형’은 ‘연동형’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민주당은 한국식 연동형제로 ‘준연동제’, ‘복합연동제’, ‘보정연동제’ 등 3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준연동제는 정당 득표율을 절반만 인정하기 때문에 ‘반쪽연동형 비례제’에 불과한 것으로 일고의 논의가치조차 없다. 복합연동제는 정당 득표와 지역구 득표를 합쳐 비례대표 선출 비율을 정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지역구 의원에게 투표하는 1인1표제 하에서의 비례대표제 배분방식은 유권자의 정당 지지와 후보자 지지가 엇갈릴 경우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라 1인 2표제로 바뀐 만큼, 복합연동제는 실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정연동제는 사실상 현행 병립제 방식에서 소수 정당에게 떡고물을 던져 주겠다는 수준이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안이다.

한마디로 그 어느 것도 온당한 ‘연동제’가 아니라 ‘무늬만 연동제’인 가짜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 그것도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였던 대표적 친노인사인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22일 민주당의 자체 선거제 개편안에 비판을 가했겠는가.

유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의 선거제, 양당제로는 공자와 맹자 같은 분들로 300명 국회의원을 채워도 (국민 통합) 방법이 없다”며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선 “(지역구를) 53석 줄인다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민주당 안은 일종의 여론 눈치를 보면서 내놓은 협상용 카드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어 “중앙선관위가 냈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 대 1로 하자는 정신은 좋지만 200 대 100석이란 건 현실성이 없다. 그렇게 되면 농촌 지역구도 훨씬 많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민주당은 ‘한국식’이라는 미명하게 자꾸만 이상한 ‘사이비 연동제’를 만들려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100% 순수한 연동형비례대표제에 힘을 실어 주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민심, 즉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개혁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수용하는 길 아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뭉그적거리며 시간만 끌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다.

야 3당에 이어 민주당도 선거제 개편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여전히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5당 가운데 당론을 정하지 못한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하다. 우리는 ‘적폐정당’이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선언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한국당도 선거제 개혁에 대한 당론을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말장난’을 하고, 한국당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그런 민주당을 향해 손가락질만 해댈 뿐, 정작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경고하거니와 지루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침대축구’식 선거개편 논의는 결코 국민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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