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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당권주자, 너도나도 ‘친박’ 선언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을 향해 과속으로 질주하는 모양새다.

2·27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비박계 당권 주자들이 앞 다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상 비박계 당권주자들마저 ‘나도 친박’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면 이명박·박근혜 두 분 전직 대통령 석방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 저항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느닷없이 ‘박근혜 석방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앞서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는가하면,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끝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말았다. 그런 사람이 ‘박근혜 석방론’을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떤가.

그는 7일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우리 당에 덫 씌워진 ‘친박(박근혜) 정당’이라는 굴레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박근혜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총선은 참패”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을 더는 부정하지 말자”며 “불행히도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긴 게 사실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게 사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4일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초선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때 (당내 경선에) 늦게 뛰어들어 지금처럼 자격 시비가 있었는데 당시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이 제가 들어가야 전당대회 주목을 받는다고 후보들을 설득해 참전할 수 있었다”면서 “선거운동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정말 두고 갚아야 할 신세라고 생각한다”고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며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사람이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두고 갚아야 할 신세’를 언급하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처럼 홍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고 오 전 시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당 책임당원들이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으며 복당파들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화일보>가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양일 간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차기 당대표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은 결과 황교안 전 총리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18.7%로 가장 많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0%, 홍준표 전 대표가 7.1%로 뒤를 이었다. 이어 김진태 의원 2.4%, 정우택 의원 1.0%, 안상수 의원 0.9%, 주호영 의원 0.4%, 심재철 의원 0.3% 등으로 나왔다.

1위 황 전 총리와 2위 오 전 시장의 격차는 7.7%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자로만 한정할 경우 친박 후보로 거론되는 황 전 총리가 53.6%의 지지를 얻은 반면 오 전 시장은 10.1%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43.5%포인트나 됐다. 한마디로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 ‘빅3’ 후보에 이어 4위를 한 후보 역시 김진태 의원으로 그는 ‘태극기부대’를 이끄는 강성 친박계 의원이다. 적어도 한국당에서 당 대표가 되려면 ‘친박’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실이 여론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8.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은 ‘도로 친박당’을 향해 과속질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전대 이후 새로 선출된 당 대표는, 그가 누구든 차기 대권을 위해 친박 색채를 털어내기 위해 ‘보수통합론’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그를 지지한 세력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고, 결국 대한애국당과만 통합하는 ‘반쪽 통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것이 현재 ‘도로 친박당’을 향해 무한질주하고 있는 한국당의 한계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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