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그때그때 달라요’?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2-13 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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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은 창당 첫돌을 맞이하는 오늘까지도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당내에서 그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개혁적 보수냐, 합리적 중도냐, 아니면 합리적 진보냐를 두고 우리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 그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과 본질이 중요합니다”라며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를 보여드리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들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생각, 정책, 입법, 예산의 중요한 일들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원칙을 행동으로 보여드리면, 우리의 정체성은 그것으로 결정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누가 이렇게 멋있는 말을 했을까?

몇몇 지인들에게 이런 발언을 누가 했는지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손학규 바른래당 대표를 발언의 주인공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아니다.

이는 유승민 의원이 작년 2월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로서 강조한 발언내용이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태도가 돌변했다.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과 본질이 중요하다고 했던 그가 요즘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정치 복귀 후 첫 당내 공개 발언을 통해 ‘중도, 진보’ 등의 모호한 정체성을 버리고 ‘개혁보수’ 노선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는가하면, “제 주장의 핵심은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보수 재건의 주역이 되자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8일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진행된 의원 연찬회에서 보인 유 대표의 모습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얼굴을 여러 번 바꿀 수 있는 게 정치인들이니 그걸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그런 보통의 정치인들과는 달라야 한다.

박근혜정부 당시 집권 여당 원내대표임에도 대통령에게 전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중에는 탄핵을 주도하며 탈당까지 결행했던 그가, 지금처럼 ‘그때그때 달라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건 아니다.

유 의원이 언급했듯이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 이런 단어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이겠는가.

정말 중요한 것은 본인도 인정했듯이 ‘내용과 본질’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바른미래당의 정책방향, 그러니까 ‘내용과 본질’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방적인 보수도 아니지만, 일방적인 진보도 아니다. 손학규 대표가 창당 1주년 기자회견장에서 “진보도 배제하지 않고 보수도 버리지 않는다”고 밝혔듯, 바른미래당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인사말에서 “진정한 개혁을 용감하게 해나갈 것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불평등과 같은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안보와 경제성장, 일자리를 튼튼하게 지킬 것이다.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민생을 알뜰하게 챙길 것이다.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굳이 ‘보수’니 ‘진보’라는 단어로 편 가르기를 하지 않더라도 바른미래당이 묵묵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양극단의 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패권양당제에 익숙한 국민에게 이런 바른미래당의 모습은 생소한 모습일 수 있다. 그래서 그 길을 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주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 이제 와서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유승민답지 않다.

아무리 지역구 사정이 어렵더라도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차제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건 어떨까?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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