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태극기부대’ 놀이터?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2-19 12: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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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은 어느새 태극기부대에 점령당한 것처럼 보인다.

18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도 김진태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행동하는 의리의 아이콘 김진태’, ‘행동하는 우파’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설회장 뒤쪽 2200석의 계단 자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마치 ‘김진태 대세론’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물론 전대를 앞두고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김 후보 지지자 8000여 명이 집단적으로 입당 원서를 낸 것은 사실이나, 8000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선거인단(37만8000여명)의 2%에 불과한 것으로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맹목적이고 결집력 강한 태극기부대가 연설회마다 몰려다니며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선거인단의 27%(10만2000여명)가 몰린 TK 지역 합동연설회 분위기마저 '태극기 부대'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당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을 위해 무대에 올랐지만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강성 당원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연설문의 서두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을 떼자마자 야유가 터져 나왔고, 수그러지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졌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객석을 향해 "조용히 해주십시오!"라고 언성을 높이며 대노했다.

이들은 1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전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야유를 보내고 조직적으로 항의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전당대회가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미래당도 “태극기부대의 놀이터로 좌지우지되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외를 떠돌던 ‘태극기모욕부대’가 오랜 방황을 마치고 한국당에 정착했다”며 “선동부대, 바람잡이 부대와 반성도 비전도 없는 한국당의 결합으로 전당대회는 잔당(殘黨)대회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당내에선 이 같은 우경화 현상을 바로잡을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 여야5당원내대표가 합의했고, 자신이 직접 서명까지 했음에도 당내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말을 바꿀 정도다.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원내대표로 만들어준 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형편없는 원내대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선 태극기부대를 향한 구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진태 후보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극기부대를 잡으면 한국당 지지율은 10%포인트 더 올라갈 것"이라며 "대한애국당과 한국당이 합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단언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특히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막말 논란’에 휩싸였으나 태극기부대는 오히려 그런 김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막말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던 김진태 후보가 급부상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무명의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막말로 박수갈채를 받는 전당대회. 태극기부대의 놀이터로 전락한 전당대회, 과연 그런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든 한국당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까?

정치분석가인 박성민 대표가 "자유한국당은 한마디로 고쳐 쓸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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