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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과 공동체 주택
  • 시민일보
  • 승인 2019.02.25 11:29
  • 입력 2019.02.25 11:29
  • 댓글 0
김학수 미래주택연구소장
  
   
▲ 김학수 소장

드라마 ‘SKY 캐슬’이 높은 시청률과 함께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의 성공은 배우들의 열연과 잘 짜여진 각본 때문이겠지만, 드라마의 흥행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입시와 교육을 매개로 계급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SKY’는 학벌사회를, ‘캐슬’은 신분 사회를 상징한다. 이 둘이 조합된 ‘SKY 캐슬’은 승자독식 사회 속에서 가진 자들의 세상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실제로 ‘SKY’가 서울의 대표 부촌인 서초, 강남, 용산의 약자로 통하고 ‘캐슬’이라는 단어 역시 유명 아파트와 빌라의 브랜드이다. 드라마를 통해 대한민국의 부와 권력이 부동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한다.
  
다른 관점에서 그들이 함께 주거하는 공간 ‘SKY 캐슬’을 훔쳐보자. 거대한 철문과 높은 담을 사이에 두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곳이지만 그 속에 사는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은 남다르다. 서로의 집에 모여 차를 마시고 관계 맺기에 공을 들인다. 공용 공간에서는 함께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필요에 따라 연대하며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을 공동체주택이라 칭하지 않는다. 공동체 주택이 추구하는 나눔과 공유의 삶, 울타리를 넘는 연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체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획일화,개별화 된 주거문화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공동체주택 운동은 초기의 문제 제기를 넘어 청년주택,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으로 이름으로 현실화되고, 지금도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의 목적과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유를 실천하며 사는 주택’, ‘독립된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한 주거공간으로, 공동체 규약을 마련하여 입주자간 소통과 교류, 생활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으로 정의되는 공동체 주택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간과 정서의 공유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나름의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한다.
  
첫째, 굳이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하는가?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문화 속에서 이웃과의 단절을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공동주택마다 주민들의 커뮤니티 활동과 모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공간들이 제공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마을 만들기와 나눔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마다 작은 도서관이 생기고 공동육아를 위한 모둠이 만들어진다.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Social – Mix를 통해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거버넌스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공동체주택이라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기에 앞서 이러한 노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인가? 서울시의 경우 공동체주택 인증을 통과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해 사업비의 90%까지 저리의 융자를 지원한다. 동시에 공동체 주택의 활성화를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이 뒷받침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최소한의 주거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주거 약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소위 지옥고라 불리는 지층, 옥탑,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청년은 49만명이 넘는다. 이는 서울 청년 인구의 21%에 해당한다. 쪽방 생활을 하는 노년 인구들의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공공의 재화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할 때 공동체 주택 지원에 앞서 청년과 노년, 주거약자들의 주거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협동조합주택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공동주택사업’의 문제이다. 돌봄과 섬김, 청년의 자립을 위해 공급되는 사회주택과는 달리 협동조합주택은 형식면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과 유사하다. 
  
건설회사와 주택조합에 비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비영리를 추구하고 투명하게 운영된다 하더라도 대규모 개발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형건설회사가 사업의 주체가 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순간 공동체 주택의 취지가 변질될 수 있으며, 아파트 형태의 대규모 공동주택은 공동체주택의 근본 취지를 담아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 자금이 지원되는 공동체 주택사업의 경우 규모와 세대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보금자리 주택이 서민의 보금자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행복주택이 행복한 주거생활을 보장하지 않듯이 공동체주택이 공동체사회를 약속하지 않는다. 공동체 주택의 보급과 홍보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가 사는 공간을 변화시키려는 노력과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나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시작되는 공동체운동에 대한 행정과 재정의 우선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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