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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순혈주의’ 버리고 연비제’ 선택하라
편집국장 고하승
   



6·13지방선거에서 모든 야당이 참패, 사실상 야당이 ‘붕괴’ 상황에 이르렀을 때만해도 더불어민주당은 20년 장기집권의 부푼 꿈에 들떠 있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그것도 수차례에 걸쳐 “20년 집권정당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피력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재집권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생겨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왜냐하면 ‘적폐청산’을 부르짖던 현 정권이 과거 정권 때 만들었던 ‘블랙리스트’를 똑같이 만들고, 과거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던 현 정권이 그보다 더 심한 ‘내리꽂기 인사’를 단행하는 등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적폐’에 있어선 과거 정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것 같다. 

오죽하면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6일 "낙하산과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한 수 위"라고 꼬집었겠는가.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340개 기관에 무려 434명의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미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실 현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특정 인사들을 ‘찍어내기’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특정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부 블랙리스트보다도 더 죄질이 나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듯,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탄핵의 일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겠는가.

실제로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이날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근혜 탄핵이 '탄핵의 일상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의 부재, 지역구 위주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온존하는 한 행정권력과 의회권력 간의 일상적 대치상태, 대통령에 대한 상시적인 탄핵위협,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등의 가능성이 온존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컨대 현재 높은 지지를 구가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이후 정권이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터무니없는 혐의로 법의 올가미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영구적으로 끊어내고, '정치'를 '전쟁'이 아닌 '정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원정수확대를 전제로 한 비례대표제 전면도입’, 즉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도입을 제안했다. 연비제를 통해 다당제 구조를 안착하면 ‘승자독식’의 현행제도에서 비롯된 정치보복이나 ‘탄핵의 일상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협치가 가능한 ‘연비제’ 대신 배타적인 친문 중심의 ‘순혈주의’를 선택했다.

아마도 내부에서 탄핵에 동조하는 이탈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그런 선택이 내부 이탈자들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 같다. 박근혜 정권 당시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감별 논란이 비박계의 이탈을 부추겼고, 결국 그들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 탄핵이 이루어졌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제아무리 당 밖 비문 인사가 당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당내 비문인사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진문(진짜 친문)’ 정당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 내에는 친문 인사보다 더욱 높은 경쟁력을 지닌 비문 인사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방식으로 현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비제를 통한 다당제의 안착으로 ‘탄핵의 일상화’를 방지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태경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이렇게 당부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매개로 한 다당제' 조합만으로도 '정치'라기 보단 '전쟁'에 가까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승자독식구조를 혁파하며, 제 정당 간의 협치를 가능케 할 것이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영구적으로 끊어내고, '정치'를 '전쟁'이 아닌 '정치'로 자리매김하며, 협치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선거제도 개혁에 대통령과 민주당이 올인하길 바란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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