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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철학과 국가유공자 명패 사업
  • 시민일보
  • 승인 2019.03.07 02:11
  • 입력 2019.03.07 02:11
  • 댓글 0
서울지방보훈청 홍보담당 오제호
   



   “참으로 이름이란 지극히도 신성한 기호다.” 김진섭의 수필 ‘명명철학’의 마지막 부분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기억을 좌우함은 물론 그 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이름, 즉 명칭(名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이렇듯 모든 대상에 있어서 명칭은 불가결(不可缺)한 요소이며, 이러한 사실은 국가유공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이름인 ‘국가유공자’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동 사업의 내용과 이슈 및 필요성을 소개해 본다.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공을 세우거나 희생하신 분들을 국가유공자라 명명한다.
 
이러한 분들의 집에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패(牌)를 부착해 드리는 것이 바로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8년 초, 정부의 내부 검토를 거쳐, 제63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를 통해 공식화되었고, 2018년 11월 명패의 디자인이 확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실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은 6·25전쟁 50주년인 지난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 권장 사업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에 따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명패 사업이 완료되었고, 이 때문에 이번의 명패 사업을 중복사업으로 오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의 명패사업은 아직 명패사업이 실시되지 않은 대다수의 지역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들에게는 결코 불필요한 중복사업이 아니다.
 
더군다나 명패 사업이 실시된 지역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에 따라 여전히 혜택을 입지 못한 유공자가 존재하며, 지역마다 제각기 명패의 형태와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는 사실은 국가 차원에서 통일된 명패 사업의 필요성을 방증해 준다.
 
한편, 최근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의 추세를 이유로, 명패를 통해 이 집이 국가유공자가 거주하는 곳임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칭호는 남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민감하거나 거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의 대상으로 널리 알려져 국민들의 칭송을 받아 마땅한 것이 국가유공자의 칭호이다.
 
또한 국가유공자의 이름을 알리고 더 빛나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명패 사업의 취지는 “정부가 중심 역할을 해서,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라는 작년 제63회 현충일 추념사에 잘 나타나 있다.

또 한편으로는 명패 사업이 국가유공자들에게 금전이나 복지의 측면에서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의 보훈이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라는 불가결한 양대 요소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간과한 결과이다.
 
명패 사업은 후자에 해당하는 보훈정책으로, 유공자들에게는 자긍심을, 국민들에게는 유공자에 대한 존경심을 부여함으로써 국가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러한 보훈가치의 제고는 애국심이라는 사회자본과 국가정체성 정립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효과들이 지니는 가치는 물리적 보훈정책의 그것과는 견줄 바가 아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전국의 국가유공자에게 통일된 형태의 명패를 제공하고, 국가유공자의 명칭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 비물질적 예우를 통한 국가의 정신가치를 바로 세우려는 것이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의 실체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익스피어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이름을 통해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예술을 안다고 믿는 것”이라는 명명철학의 내용처럼, 국가유공자의 면면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그 명칭을 통해서 국가유공자의 존재와 공헌을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국가유공자 명칭을 드러내 널리 알리려는 이번 명패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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