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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퇴행’은 우리 유권자 탓이다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태생적으로 ‘한통속’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오죽하면 ‘더불어한국당’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겠는가.

사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양당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패권정당’이라는 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굳이 다른 점을 들자면, 하나는 여당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이라는 점뿐일 것이다.

그 이외에는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쌍둥이’처럼 빼다 박은 듯 닮은꼴이다.

비근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5년 전 민주당 설훈 의원은 ‘대통령 연애’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이 도를 넘은 것”이라며 발끈했다. 그러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가원수모독죄와 유언비어유포죄라는 황당한 죄목으로 시민의 입을 막던 유신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시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설훈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자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야당 의원의 유일한 무기인 입과 말을 막는 것은 야당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이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진즉에 사라진 법 조항인 ‘국가원수모독죄’를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자 나 원내대표는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건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양당이 서로 여당과 야당이라는 위치만 바뀌었을 뿐 하는 행태는 5년 전과 너무나 닮았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따라서 이런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제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의뢰를 받아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P)한 결과, 민주당 37.2%, 한국당 32.3%로 양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원내대표의 강경표현이 이른바 ‘집토끼’를 잡는 역할을 해 자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 탓이다.

이러다보니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로가 경쟁적으로 강경책을 쓰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산토끼’와는 멀어지겠지만 ‘집토끼’만큼은 단단히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은 아무리 소속 의원들이 뛰어난 의정활동을 벌이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더라도 국민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당의 존재감마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역설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협치’를 내팽개치고 양극단으로 치닫는 행보를 보임으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우리정치 발전을 저해하고 되레 정치퇴행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걸 저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게 바로 유권자다.

유권자는 대통령이나 각 정당의 대표도 어쩌지 못하는 ‘투표’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민주당이나 한국당 말고도 선택할 정당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양당을 심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권자는 그럴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수수방관할 경우, 패권양당의 갑질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고,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더불어한국당’이라는 퇴행적 정치구조를 만든 건 정치에 무심했던 우리 유권자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한단계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투표 현장에 나가야 한다. 어쩌면 4.3 재보궐선거가 유권자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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