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청와대,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4-02 1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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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80여 개 시민단체 대표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거기엔 정부에 우호적인 진보단체는 물론 보수단체와 특히 지지율 이탈의 핵심 축인 청년 단체 대표까지 일부 포함돼 있었다. 아마도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만 해도 국민들로부터 ‘소통을 잘 하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통’ 이미지가 점점 짙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야당의 소리를 전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제왕적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재인정부의 2기 내각 구성과정에서도 그런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금 야당은 이구동성으로 인사검증에 실패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신사수석에 대한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이미 두 명이나 낙마한 탓이다.

따라서 야당이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청와대의 이른바 ‘조-조(조국-조현옥) 라인’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문제없고, 문책도 없다”며 야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연철.박영선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일 오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하고, 국회가 다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는 후보자들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야당이 반대하건 말건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가히 ‘제왕’ 같은 대통령의 모습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 대해 ‘불통’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1일 시민단체 대표들을 100여명이나 청와대로 초청해 ‘소통’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서 멋지게 연출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전날 간담회 모두에서 “촛불혁명 이전의 시민사회와 정부는 반대자 입장에서 비판하던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며 시민단체의 협조를 요청할 때만 해도 ‘소통’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가 “정부가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정책은 행정실무 중심 논의에 빠져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부처의 준비나 의지는 약하고 대처도 부족하다”고 울먹이며 발언하자 당황한 청와대는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소통’ 이미지를 연출하려다 ‘불통’이미지만 더욱 각인 된 셈이다.

‘불통’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이 느끼는 인식과 청와대가 느끼는 인식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자진 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당시 집이 3채인 점이 문제가 된 것에 대해 “이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며 "그게 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게 청와대에 포진해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윤 수석은 낙마한 조동호 전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과 관련해선 “(조동호 아들이)외국에서 외제차 타는 게 뭐가 문제냐. (아들이 탔던) 포르셰는 가액이 3500만원밖에 안 됐고, 벤츠도 3000만원이 안 됐다”며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참 걱정이다. 20대의 학생이 3500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포르셰를 구입해 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이 국민과 소통하는 책임자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청와대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이런 걸 해명이라고 내놓는 청와대의 모습은 역시 ‘소통’과는 거리가 먼 ‘불통’이다. 청와대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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