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4-07 1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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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개그맨 박성광 씨의 유행어다.

당시 이 유행어는 한국사회의 ‘서열화’에 불만을 가진, 그러니까 ‘1등’이 되지 못한 대다수의 서민들의 가슴에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사실 한국사회는 ‘승자 독식’, ‘1등 독식’,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님)’ 문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1등이 되고 싶어 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태어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경쟁의 쳇바퀴에 자신을 스스로 가둬두고 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런 잘못된 문화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1등이 아닌, 2등 이하의 모든 사람들도 사람대접을 받고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착각하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1등이 아닌 사람을 ‘찌질이’,‘벽창호’로 규정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다.

바로 바른미래당 윤리위에 회부돼 1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언주 의원과 같은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패널로 출연해 4·3보궐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숙식하며 선거운동을 하던 손학규 당 대표를 "찌질하다"며 "완전히 벽창호"라고 막말을 한 바 있다. 자당 후보가 1등이 될 수 없는 데도 후보를 내고 그 후보의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게 ‘찌질하다’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를 ‘1등’이라고 생각하는 이 의원 입장에선 2등이나 3등, 혹은 그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빤한 사람들이 모두 찌질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1등보다는 2등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사람이 더 많다.

가령 학교에서 한 반에 5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49명은 1등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이 의원 눈에는 ‘찌질이’로 보이겠지만, 그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자식들이다.

더구나 정당이 후보를 내고 당이 그 후보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손학규 대표는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반에서 꼴찌를 하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는 부모의 심정이 그러할 것이다.

이런 손 대표를 비아냥거리고,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인은 ‘1등이 되지 못한’ 대다수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의원이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정치인이라면 후보를 낸 손 대표를 비난할 게 아니라, 집권당이면서도 후보를 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그는 손 대표를 비난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자유한국당의 ‘러브콜’을 기대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선 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앞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꾸려진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도 조강위원 중 한두 명이 이 의원의 영입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부산 중·영도 당협위원장을 임명하지 말고 비워둬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의원이 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해 2등 이하의 사람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사람들을 ‘찌질이’라고 표현했다면, 그들보다 오직 금배지에 눈이 먼 당신이 더욱 ‘찌질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유지하려는 이언주 의원과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2등 이하의 후보도 지원해야 한다는 손학규 대표, 누가 옳은지는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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