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적폐가 구적폐를 앞질렀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4-08 13: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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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정부의 ‘신(新)적폐’가 박근혜정부의 ‘구(舊)적폐’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2016년 10월 말,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던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은 당시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자신을 원망하며 후회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소식을 듣는 국민의 심정은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기분일 것이다.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독선적 인사를 질타하면서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인사 5대 배제원칙'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공직후보자는 청와대 내 인사시스템과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국민은 ‘적폐청산’을 하려는 그의 의지를 믿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인사 결과는 당초 약속과는 너무나 달랐다.

실제로 현 정부에서 지금까지 지명된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무총리와 장관(후보자) 및 위원장 22명 가운데 무려 15명이 5대 원칙에서 하나 이상 문제가 되었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각각 4개 분야에서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적당히 '사과'를 하거나 '유감'을 표명한 뒤 곧바로 임명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인물들의 반사회적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1996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를 사서 지난달까지 살다가 같은 달 18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하고, 그 집을 월세 160만 원의 임대차 계약하고 그대로 살고 있다. 그가 세종시에서 분양받은 아파트는 값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배우자 명의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청와대가 세운 인사검증 7대 원칙 가운데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제외하고 위장전입, 병역특례 등 5가지 분야에서 의혹이 제기돼 끝내 낙마했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장관 후보들이 비록 낙마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각종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통해 실상을 신속히 조사한 뒤 '진실'로 밝혀지면 당연히 임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안 것이다.

심지어 야당이 합의를 안 해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만일 박영선·김연철 후보자가 임명되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고위 공무원이 13명이 된다.

물론 제왕적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마음대로 인사를 강행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때에도 총 10명의 후보자가 당시 야당의 반대로 청문 보고서가 미채택 됐지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약 2년이 경과된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정부에 비해 ‘불통’ 인사를 강행한 횟수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 인사 방식을 두고 ‘역대급 불통’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 못하는 게 어디 인사문제뿐이겠는가.

박근혜정부의 문화부 블랙리스트보다 더 심각한 문재인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존재는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지난 4.3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전멸해 단 한 석조차 얻지 못한 것은 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일 것이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적폐를 문제 삼아 촛불을 들었는데, 문재인정부의 적폐가 더 심각한 탓이다.

하지만 이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왜 유권자는 ‘구적폐’ 아니면 ‘신적폐’, 그게 아니면 또 다시 ‘구적폐’를 선택하고 있는가. 지금은 다당제 체제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도 얼마든지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오늘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집권 여당의 '노조 세력'과 제1야당의 '공안 세력'은 다음 총선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며 "여야의 균열 속에 중도세력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은 이런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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