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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대피소 생활… 지쳐가는 이재민들
  • 연합뉴스
  • 승인 2019.04.14 16:32
  • 입력 2019.04.14 16:32
  • 댓글 0
지원품만으로만 생활 한계 호소
생활비 부족·입주대기 이중고

 
   
▲ 14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이 열흘째 임시 거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넘어가니까 지치기도 하고, 당장 생활비 얼마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강원산불 열흘째인 지난 13일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내 임시대피소에 남은 이재민들은 대피소 생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빨리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비가 없어 대피소에서 지원해주는 물품만으로는 생활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천진초교 대피소에 남은 이재민들은 23가구 42명이다.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제공한 연수원, 수련원, 리조트 또는 가까운 친인척 집으로 옮겼다.

남은 이재민들에게도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피소에 남았다.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탓에 생활권과 멀리 떨어진 시설로 선뜻 옮길 수가 없었다.

10㎞ 떨어진 리조트 온천 무료 이용권을 받아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한 70대 이재민은 "잠자리는 불편하지만, 대피소는 관리 인력도 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소식도 들을 수 있다"며 "차도 없고 셔틀버스도 잘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연수원 같은 곳은 나에겐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연수원 활용이 불편한 이재민들을 위한 교통수단 지원 방안을 강원도와 협의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컨테이너 주거시설 또는 임대아파트 등 새로운 주거지 결정이 날 때까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피소에 머물 계획이다.

하지만 새 보금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여러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입주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 거요?", "이번 달은 수요조사만 해도 힘들어요. 컨테이너 실시설계도 해야 하고, 구매 신청하고 제작 기간까지 생각하면 다음 달에나 될 것 같아요"

군청 공무원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이재민들에게 입주 절차를 설명했으나 이재민들은 막막한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민 이 모씨(62·용촌리)는 "처음에 조립식 주택을 신청했는데 오래 걸린다고 해서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한다. 컨테이너 주거시설보다야 빠르지만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이재민들은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장이 아닌 현금으로 보관한 이재민이나 도움을 줄 가족이 없는 이재민도 있어 생활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재민 차 모씨(56·인흥리)는 "집 잃고 답답한 마음에 소주 한잔,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어도 돈이 없다"며 "급한 대로 50만∼100만원이라도 줘야 필요한 물건도 사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대피소를 찾은 한 이재민의 친척도 "뉴스에서는 성금이 수백억이 걷히고, 상품권도 기부했다는데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건 하나도 없다"며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시지만 지원금이 이재민에게 닿는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지원에도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지 않으냐"며 "계좌번호도 일주일 전에 다 적어갔는데 얼마라도 나눠주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행정안전부 산불피해 수습·복구 지원본부 관계자는 "모금 주체인 민간단체에서 별도 기준을 세워 분배하게 돼 있어 정부에서 개입할 수가 없다"며 "이재민 불편사항을 확인해 수습과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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