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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선언한 文, 원전수출?
편집국장 고하승
 
   

국내에서 탈(脫)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산 원자력 발전소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원전 구매 의사를 먼저 밝힌 쪽은 카자흐스탄의 실질적 실력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라고 하니 당연히 빈말은 아닐 것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돌연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한 실권자다. 그의 사임으로 토카예프 현 대통령이 임시로 임명됐지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녀가 6월에 치러질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정도다.

그런 실권자가 문 대통령과 별도의 면담을 가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다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고 먼저 운을 뗐다. 그런 뒤 우리는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당초 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웠으나 환경문제를 고려해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할 생각인데 한국이 원전건설 기술을 갖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뭐라고 대답했을까?

혹시 원전은 위험하다. 우리는 원전을 없애는 중이다. 그러니 그냥 계획대로 화력발전소를 지으시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보자면 그런 대답이 나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해오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UAE 원전 1호기를 사막 지대에서도 공사기간 내에 완료했고, UAE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다. 

원전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국내에선 강하게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는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가.

사실 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원전 사업은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고 제안했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60년에 걸친 점진적 탈(脫)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00년이면 한국의 탈원전 계획이 완료되는 60년을 40년 넘어서는 기간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국민이 혼란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원전은 정말 위험한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것인가.

만일 위험한 것이라면 왜 외국에 나가서는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원전수출로 우리가 벌어들일 외화만 생각해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그건 옳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위험으로부터 지켜져야 하듯, 세계인 모두의 생명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전한 것이라면 왜 국내에선 온갖 공포감을 조성하며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인가. 실제로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탈(脫)원전 대선 공약 이행에 집착하다보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공약이 잘 못됐으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수정하면 될 일이다. 잘 못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고집하다보니 탈원전 정책과 원전건설 수주라는 양다리를 걸치게 되고, 위험성과 안전성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탈원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깊이 있는 통찰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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