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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왜 웃음꽃이 ‘활짝’ 폈을까?
편집국장 고하승
   



24일 오후 국회 본청 의사과에서 농성 중이던 바른미래당 유승민·이혜훈·유의동·하태경·오신환·지상욱 의원 등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어안이 벙벙하다. 왜냐하면 유 의원을 비롯한 이들 바른정당파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계 접수를 막기 위해 의사국에서 비상대기 중인 상태로 결코 웃음이 터져나올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개특위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상정을 반대하는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해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고 시도했다. 물론 유의동 의원이 사·보임계를 접수하려던 당직자를 막는 바람에 당장 오 의원의 사·보임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시간문제일 뿐,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더구나 유승민 의원이 직접 손학규 퇴진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임에도 쿠데타 세력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내 최대 모임인 '제3의길 국민연대' 소속 50여명의 전.현직 지역위원장들이 23일 ‘퇴진반대’를 선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가하면, 그 다음 날에도 35명의 전현직 위원장들이 “손학규 대표를 흔들지 말라”며 쿠데타 세력을 비난하는 등 손학규 대표에게 점차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앞서 부산과 대전 전북 등지에서도 손 대표 지지를 선언하는 성명서가 잇달아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파가 ‘활짝’ 웃음을 지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바로 그 자리에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이들을 응원하러 현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김 의원은 “응원하러 찾아 왔다”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오신환 의원과는 포옹까지 했다. 김 대변인은 그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 요청을 거부해달라고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만 이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다. 한국당 전체가 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은 “국회법 48조에 따라 임시회 회기 중에 오 의원을 사보임 시킬 수 없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는 등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그날 오전에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 수십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떼거리로 의장실을 찾아가 사·보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떼를 쓰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걸 국회 어른이라면 막아줘야 한다”며 “사·보임 허용은 결국 대한민국 헌법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바른정당파는 아마도 이런 한국당의 이런 지지에 고무된 듯하다. 그래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각 언론은 이들 바른정당파들을 ‘자유한국당 복당을 희망 하는 사람들’로 규정짓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한국당 내에서 최근 목소리가 커진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이들을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패스트트랙에 대해 바른정당파가 앞장서서 한국당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한국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당 관계자는 “태극기세력이 유승민 의원과 하태경 의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패스트트랙에서 이들이 한국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입장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태극기세력과 바른정당계 모두를 포용하는 보수대통합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이번 패스스트랙에 결사반대하는 모습이 한국당 지도부에 곱게 보였고, 결과적으로 한국당 복당 가능성을 열어 놓는 계기가 된 셈이다. 어쩌면 이들이 김현아 의원 방문에 웃음꽃을 활짝 피운 건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게 목적이라면 바른정당파들의 이번 행동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낡은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민의, 즉 사표방지를 통해 민심이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돼야 한다는 민의가 좌절된다면, 훗날 그 죄를 어이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바른정당파에게 ‘한국당 복당’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해 한번쯤은 금배지를 내려놔도 좋다는 각오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것일까?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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