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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중도본류’ 정당이다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우군(友軍)’인 오신환 의원이 승리하자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가 녹색당으로부터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것을 보면 아마도 한국당 의원들보다 더 극심하게 저항을 했던 것 같다. 듣기 싫겠지만 ‘한국당 홍위병’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런 사람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당선됐으니 한국당이 반기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 온 오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을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가 당선된 직후 "선거제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날치기 패스트트랙을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무효 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패스트트랙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오 원내대표는 바로 그 다음날인 1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을 임재훈·채이배 의원에서 패스트트랙을 반대한 권은희·이태규 의원으로 전격 교체하고 말았다.

심지어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민주당은 지난달 패스트트랙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유감 표명 내지는 사과하라"며 한국당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각 언론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같은 편’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보수의 본류’라면 바른미래당은 ‘보수의 아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분류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대단히 잘 못된 분류다.

물론 원내대표 경선에서 보수 아류를 지향하는 오신환 의원이 승리한 것은 맞다. 그로 인해 현역 의원들이 ‘보수아류’로 분류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당의 주인은 24명의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20만 명의 당원들이다. 당원들은 여전히 ‘중도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당원들이 선출한 손학규 대표 역시 ‘중도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은 ‘보수아류’ 정당이 아니라 ‘중도본류’ 정당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

손학규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을 어둡게 만드는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승자독식 양당제라는 두 개의 괴물을 반드시 물리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큰 곰 두 마리가 있다"며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고 거수기와 앵무새 노릇에 앞장서는 더불어민주당, 아직도 반성은커녕 틈만 나면 막말과 시비만 하는 자유한국당, 바로 이 두 수구적 거대양당이 한국의 의회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혁적 보수와 미래형 진보가 결합한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의 통합세력으로 정치개혁의 중심에, 선봉에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취임 당시 자신이 밝혔던 각오를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다. 목숨을 건 단식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논의의 물고를 텄고, 급기야 선거제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루어내었다. 이로 인해 ‘승자독식’ 선거제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이제 그의 시선은 취임수락연설에서 밝혔던 ‘제왕적 대통령’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일, 즉 개헌으로 쏠리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제는 구조적으로 전제(專制)로 흐를 위험성이 상존하고,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

손 대표는 당내 보수 아류 성향의 의원들의 잇단 퇴진요구에 미동조차 않는다.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개인의 안위만 생각했다면 벌써 물러섰을 것이다. 제1야당 대표직도 기꺼이 내던지려했던 그가 고작 24명의 의원을 거느린 당대표에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바로 ‘중도’라는 가치와 ‘다당제’라는 가치다. 그러기에 그는 당당하다. 금배지들도 어쩌지 못하는 태산(泰山)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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