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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달라졌어요
  • 안기한 기자
  • 승인 2019.05.19 10:50
  • 입력 2019.05.19 10:50
  • 댓글 0
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달라졌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저 손학규는…’이란 표현을 무려 6번이나 썼다. 조곤조곤한 평소말투와는 사뭇 달랐다. 

이른바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으로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뽑히면서, 원내에선 손 대표 퇴진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면 자신의 명예가 손상될 것을 알면서도 그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예전에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기꺼이 내던지려 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선거법 개정과 개헌 완수를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권력구조를 혁파하는 ‘새 판 짜기’가 어쩌면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해 왔다.

고령의 나이에도 목숨을 건 단식까지 불사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전에 반드시 선거제 개편을 완수하겠다는 게 손 대표의 의지다.

특히 그는 다당제와 제3 정당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그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수구 보수세력에 당을 넘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손 대표의 모습에 그동안 당내에서 중립을 지키며 침묵하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시절 수석최고위원을 지낸 장진영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 위원장은 19일 손 대표 퇴진을 압박하는 유승민 의원에게 “손학규 당대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6. 3. 지방선거 참패 때문이냐”며 “후보가 달랑 1명 출마한 선거에서 참패하면 당대표가 사퇴를 해야 하는 것이냐. 당 지지율이 잘 안 나오면 당원들이 불과 8개월전에 선출한 당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는 것이냐. 그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장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승민 대표님도 틀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은 질문한 후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지 국회의원이 아니다. 설령 국회의원 다수가 손학규 반대를 하더라도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원들이 선출한 대표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끌어내리는, 야만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행태에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작년 전당대회 당시 손 대표를 집중공격 하는 바른정당 출신의 하태경 의원을 지지한 바 있다. 

백종주 바른미래당 원외개혁모임 대표도 지난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오신환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이준석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면전에서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것에 대해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바른미래당이 단합해서 승승장구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고 첫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날, 저는 통합 이후로 최초로 자괴감을 느꼈다”며 “이제는 정의롭지 못한 일에 저는 방관하지 않겠다. 앞으로 저는 부당한 당의 부당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현웅 바른미래당 조직위원장도 “제대로 된 노선투쟁도 없이 ‘개혁보수’가 바른미래당을 통으로 접수하려하면 안 된다. 그건 명백한 반칙”이라며 “사사건건 안 된다고만 하면서 일상운영도 안되게 하며 당을 통으로 먹으려 드니 어찌 이 ‘개혁’보수의 행태인가”라고 질책했다.

정치평론가들 역시 손 대표 퇴진 요구에 비판적이다.

정인대 평론가는 “유승민과 안철수가 바른미래당의 대주주 역할을 계속 하면서 당을 흔드는 모습은 당 바깥에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걱정을 안겨줄 정도”라며 “단지 당을 창당하고 대선 후보로 나왔다는 이유로 대주주 몫을 주장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한심한 인간들의 수준 낮은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손 대표는 어떤 비판도 수용하면서 본인이 죽음의 길을 들어섰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자세로 가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를 막무가내 식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당 대표는 임기가 보장돼 있고 또 당원들이 똘똘 뭉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며 “당원들의 의사는 무시하고 내가(오신환이) 원내대표 됐으니까 내 공약이니까 내가 (손 대표 퇴진을)밀어붙이겠다고 하는 것은 당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결과적으로 손학규의 달라진 모습이 결국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국민여론까지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안기한 기자  ag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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