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출'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3년6개월刑

황혜빈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3 16: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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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중형 불가피"··· 업무방해 혐의 유죄

[시민일보=황혜빈 기자] 시험문제 답안을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자고등학교 전 교무부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이기홍 판사)은 23일 숙명여자고등학교 전 교무부장 현 모씨의 업무방해 혐의 전체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국민의 교육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고,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경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모습도 보여 죄질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또한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치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현씨는 학교에서 근무했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적 평가 결과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껑충 뛰었다.

동생 또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을 차지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현씨와 두 딸들은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전모가 특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존재한다”며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은 참고했다는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혐의를 전부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먼저 “현씨가 정기고사 출제서류의 결재권자이고, 자신의 자리 바로 뒤 금고에 출제서류를 보관하는 데다 그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던 만큼 언제든 문제와 답안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씨는 정기고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주말 출근을 하거나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며 현씨의 행적을 의심스럽게 봤다.

또한 재판부는 쌍둥이 딸들의 성적이 같은 시점에 중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급상승한 것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으로 봤다.

재판부는 “지문을 독해하는 국어나 평소 실력이 중요한 수학 등 괌고에 한정해도 정기고사는 교내 최상위권인데 비해 모의고사 등의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면서 이 같이 판단했다.

아울러 두 딸의 시험지 위에 작고 연한 글씨로 답안을 적어둔 점, 제대로 된 풀이과정도 없이 고난도 문제의 정답을 적은 점, 서술형 답안에 굳이 필요없는 내용을 교사의 정답과 똑같이 적은 점, 시험 직전 정답이 바뀐 문제에 대해 두 딸이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틀린 점 등에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쌍둥이 동생이 홀로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서 고난도 문제의 풀이과정이 없는 것에 대해 “1년 전에는 풀이과정을 쓰며 풀어도 만점을 받지 못하던 평범한 학생이 1년 만에 단지 암산만으로 만점이 될 천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작게 적어 둔 정답이 가채점을 위한 것이었다는 현씨 측의 주장에 대해 "가채점에서는 문제마다 맞았는지를 표시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굳이 정답을 적어두고 다시 채점하는 이중의 수고를 했다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아무 곳에나 적어두거나 중간에 답안이 끊기는 점 등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종의 경로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출제서류를 보고 답안을 유출한 뒤 딸들에 전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열어 둘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딸들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추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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