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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우의 인물채집] 그곳엔 '통로'가 있다!-하태임편
  • 시민일보
  • 승인 2019.05.26 11:53
  • 입력 2019.05.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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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하태임
그녀에게서 결핍을 본다.

보통의 젊은여자, 특히 '내가 좀 이뻐보이지' 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대개는 5도 정도 고개를 늘어뜨리고  눈을 치뜨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화가 하태임!

그냥 화가가 아니라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화가 하인두의 딸 하태임은 세계의 천재들만 모이는 프랑스 국립미술학교 '빠리보자르'를 나왔고 어린 나이에 모나코 왕국상도 받았다.(1999년)

지금, 한국화단에서 소위 잘 팔리는작가의 반열에 올라섰고 그런 자신감에 누구나 꿈꾸는 대학교 전임교수의 자리도 박차고 나왔다.

작품제작 공간확보 때문에 양평에 별장같은 작업장도 어제 완공했고, 그 작업장 마당에 있는 50년된 은행나무 아래에 초특급이슈였던 4,27 남북평화회담 기념작품 '평화의 탑'이 설치되어 있단다.

그런 그녀 에게서 결핍을 보다니!

정면에서 5도 정도 젖혀진 상태서 고개를 고정시키고 눈거플을 얌전히 내리깔고 상대를 본다.

아! 저 눈에는 쌍거플이 필요가 없겠구나. 눈을 치떠서 쌍거플 깊은 눈으로 상대를 바라 보는 사람이 아니니 궂이 쌍거플 수술을 안해도 되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필요없는 쌍거플 때문에 결핍을 느끼지는 않지.

헌데, 그녀에게 보이는 결핍의 정체는 뮐까?

'기쁘지 않다!' 라는 느낌이다.

모든것을 다 가진듯 한데 특별히 기쁘지 않다니 욕심이 과한건가?

쌍꺼풀없는 눈길로 쓰윽 살피며 '화가로 사는게 유일한 꿈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푸석한 웃음'에서 아릿한 통증같은  결핍을 발견한다.

잘웃는 여자다. 그리고 그의 웃음엔  '기쁨의 순도'가 약간 부족하다. 보통 사람들의 웃음에는  '기쁨의 함량'이 높은데 반해 하태임의 웃음은 그 순도가 낮은 편이다.

그의 결핍은 소리없는 그녀의 웃음속에서  착시인듯, 잔상인듯 언뜻언뜻 보이는  쓸쓸함  때문에 들켜버리고 마는거다.

1973년생인 하태임은 세계최고의 미술학교 '빠리보자르'에 입학해서 빠리에서 함께 작업하기로  약속했던 아버지를 회상한다. 

아버지인 화가 하인두가 고2때 사망한(1989) 다음해에, 하태임은 혼자 씩씩하게 프랑스로 쳐들어가서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 '디종보자르'를 거친후 '파리보자르'에 입학했다.(입싼 사람들은 고2때 돌아가신 아버지 힘으로 '빠리보자르'에 입학 했다 라는 황당한 헛소문을 내기도 했다.)

빠리에 사는 9년동안 하태임은 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풍요했던 미술만을 먹고 살았다.

세계최고인  '보자르'의 미술적 자양분과 자존감은 빠리의 햇빛만으로도 생존할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 해내곤 했다.

하태임은  빠리에서 9년동안 식물처럼, 거의 '광합성' 만으로 생존하는 기적?을 보이고 99년, 귀국길에 올랐다.

어머니인 류민자화백의 양평작업실 뒷방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한국에서는 빠리에서의 생존기술인 '파리식광합성' 만으로는 '생존불가'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

99년, 수상한 모나코왕국상과 '빠리보자르'의 명성을 바탕으로 청담동에 진출, '보자르미술유학원'을 운영하며 홍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티스트에게 박사학위란 무엇일까?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에서 작가로 살아내려면 튼튼한 학교의 전임교수자리를  꼭 거쳐야한다고 해서 ㅡ'

그녀가 이렇게 맹한 표정으로 말할땐 정말 백써서 '빠리보자르'에 간건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허긴 야구선수도 헬멧을 쓰는 세상인데...

허허벌판에서 생존해야 하는 전업작가에게 박사학위와  좋은대학교의 전직교수 경력은 절실한 생존도구가 되는 게 현실이다.

아마 화가 하태임도 그덕에 삼육대학에서 전임교수로 되는 일이 수월 했을 것이다.

이미 20대가 되어버린 큰아이와 십년이나 어린 아이를 거의 혼자 키웠던  화가 하태임의  '엄마살이'가  녹녹치 않았을 터,

'죽고싶을때가 여러번 있었지요. 목숨걸고 유학을 떠날때 '절대 못보낸다!'며 말리는 엄마에게 '다시는 엄마가 있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돌아온 즉시, 엄마작업실 뒷방에서 더부살이 시작할 때, 아이 낳고 삼개월도 안 돼서 서울로 통역 알바를 나가 여덟시간 동안 다리떨며 서있던 때, 그때,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일으켜 세웠지요.'

금수저 화가 하태임은 없다! 

화가 하인두의 애인같은 딸, 하태임은 아버지가 간첩으로 수배된 어릴때 친구를 재워주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불고지 죄'로 세상과 차단 됐을때, 세상밖의 판타지로 탈출하는 유일한 출구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자기그림을 쌓아놓고 휘발유를 뿌려서 불태우는걸 보고 너무나 아파서 울지도 못했어요. 다른 세상으로 아빠를 데리고 가고 싶었지요. 그 곳이 빠리 였어요. 둘만의 비밀 생겼지요. 아빠가 '빠리로 가서 넌 '빠리보자르'에 다니고 우리 함께 작업하자' 약속했지요. 그리고 아빠는 아무도 몰래 불어학원 등록금을 주셨거든요.'

'후에, 천신만고 끝에 주변 도움으로 신분을 회복한 아빠랑 진짜 유학준비를 했어요. 갑자기 아빠가 세상을 떠났지만 저는 혼자라도 꼭 가야될 이유가 있었어요. 물론, 저는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엄만 그걸 이해 할 수 없었던 거지요.'

신분을 회복하고 눈부신 활동을 시작하던 화가하인두가 갑자기 암으로 절명 하고 난 뒤, 하태임은 '아빠와의 빠리약속'을 교회에서 간증하고 응답은 프랑스의 국립미술학교 '디종보자르' 에서 합격통지라는 형식으로 도착했다. 기도하고 기도했다. 오직 그 것 밖에 할 수 없어서-

그렇게 파리로 가는 길이 열렸다.

파리에서의 9년, 어쩌면 하태임은 아버지 하인두와의 약속을 위해  고지를 지키는 군인처럼  '빠리보자르'를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인두가 떠난지 20년이 지난 2009년, 하태임은 아버지 '하인두 20주년 가족유작전'에서 온가족을 동원해 놓고  그의 '초혼'을 시도했다.

그해, 10년 터울의 아이를 낳은  하태임은 아버지의 '혼불'을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을까?

그녀의 예술적 소통방식은 '조화'라 했다. 정말 그런가?

온가족이 모여 마치 가장의 생일잔치에 와서 선물상자를 열듯이 그렇게 치르는 전시회에서 하태임은 '통로'라는 이름으로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선을 내 놓았다. 그냥 선이 아니라 이어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원이다. 그 원은 숫자 자체가 의미없을 정도로 겹치고 겹쳐있다. 겹치고 겹쳐 가장 낮아지는곳. 그곳엔 시간이 고여있다.

그녀의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컴퍼스를 다 쏟아내서 선을 긋고 색을 들였다. 선들은 모두가 원이다.

그렇다, 지구에 있는 사람은 정확한 직선을  그릴 수 없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지구가 둥글다는데 그위에 그리는 선이 어찌 직선 일  수가 있는가?

어쟀든, 그녀가 그린 어느 동그란 선 끝에 아버지 '하인두' 에게로 가는 '통로'가 있다고 믿었을까? (그때 출품한 그녀 작품들의 제목은 일제히 '통로' 였다.)

그때, 그녀가 처음 긋기 시작한 선에서 '아빠와 빠리에 가기로한 약속'을 간증하던 어린 하태임의 떨리던 목소리가 실려있지 않았을까? 그 위에, 겹쳐지고, 휘어지고, 다시 겹쳐진 그 선들이 기어코 '통로'가 되길 바라는 기복적 간절함이 보이는 건 미술에 대한 무지일까? 편견일까?

갖힌 이에게 '통로'는 위로이고 희망이고 평안이다. 그런데 하태임이 그리도 간절한 마음으로 연 '통로는 지금 누구와 맞닿아 있는걸까?

작업장에 도착했다. 작업장입구 오른쪽에 4.27 평화선언 기념 작품 '평화의 탑' 이 서 있었다.

'작업장 정리가 어제 끝났으니 이집 첫 손님이 되셨네요. 참  오늘은 특별한 날이예요.'

작업장을 완성하고난 첫 날, 우린 거기에 있었다.

하루 전인 지난주까지 마감작업을 했노라는 그녀의 양평 작업장 이층계단 위에 올라 앞을 보니 지척에 깔끔히 정리되고 파란잔디가 소복히 올라서 예쁜무덤이 하나 보였다.

갑자기 후끈한 예감이 든다. 하인두!

그렇다! 화가 이기전에, 아버지이기 전에, 유일한 친구였고 '파리 보자르'의 마음속 룸메이트 였던 '하인두'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었던거다. 하태임은,

'아빠! 오래 기다렸지? 그래도 난 약속 꼭 지켰잖아! 넘 늦게, 멀리 돌아와서 미안! 그래도 나 이제 마음껏  기뻐해도 되지!'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

화가 하인두는 이제 그 곳에서 하태임과 함께 있기 시작했다. 

'어느날, 제가 멋지게 말했거든요. 아버님! 이제부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님으로 불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심각하게 '절대 그런거 하지마라! 나는 네 '아빠'이고 싶다!' 이러시는 거예요.'

제가 약속은 칼 이거든요!

'그래요 아빠! 약속 너무 늦었지요? 그래도 이제 아빠랑 함께여서 참 좋아요!'

'아빠! 우리가 이겼어요!'

참 잘 웃는다. 그들을 갈라 놓았던 세상을 이긴 사람의 웃음!

발포비타민을 물고있는 아이의 웃음처럼 위태롭게 싱그럽다.

결핍은 1도 없다!

하태임이 그렸던 칼라밴드의 가장 낮은 원천에는 시간이 고여있다. 

과거에 고여있던 그 시간들이 이제 미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틀지도 않은 음악소리가 이명처럼 귓속에  맴돈다.

여섯살 딸과 함께 부르는 왈츠곡 '아빠와 함께 춤을!'

'꺄르륵', '카트린예젤'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릴때마다

어쩔줄 모르는 하인두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햇빛이 좋은 날이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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