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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선고에 대인기피증까지… “이젠 당당한 보디빌더죠”
  • 황혜빈 기자
  • 승인 2019.06.14 12:33
  • 입력 2019.06.14 12:33
  • 댓글 0
40대 여성 직장인, 3년 전 유방암 수술 받아
우울한 일상생활… 건강관리 생각에 운동 시작
식단 조절·꾸준한 운동으로 보디빌딩 대회서 ‘입상’
“도전 망설이지 말고 시도부터… 나도 끊임없이 도전”


 
   
[시민일보=황혜빈 기자] 한 40대 직장인 여성이 암 판정을 받고 운동을 하면서 나약해졌던 정신·육체적 건강 모두를 회복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 여성은 건강 회복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지난 5월 보디빌딩 대회까지 출전해 당당히 입상한 19년차 직장인 김윤정씨(42)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단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오른쪽 가슴을 절제하는 유방암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대인기피증까지 얻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는 보디빌딩 대회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운동하는 과정에서 우울했던 마음을 치유하고 신체적 콤플렉스도 극복했다.

김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보디빌딩 대회 출전까지 과정에서 배운 점이 너무 많다”며 “저의 도전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민일보>가 김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보디빌딩은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이라 신체적 구조상 남성에게 오히려 유리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도 여성으로서 근육을 키우며 몸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2015년 5월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2016년 1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우측 유방 전절제술을 했다. 건강검진으로 비교적 초기에 발견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아 오른쪽 가슴을 전절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너무 힘겨웠고, 대인기피증도 오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우울한 날들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헬스장을 찾았다. 목표가 있어야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중 지금의 PT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선생님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셨던 분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게 동기부여가 됐다.
 

■ 일반인들에게 보디빌딩은 접하기 쉬운 운동이 아니다. 보통 요가나 에어로빅 등의 운동을 여가생활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디빌딩을 택하게 된 이유는?

건강 때문에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다가 그곳에 계신 (보디빌더 대회 나간 경력이 있는)PT선생님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 건강을 위해 무언가 목표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도 그렇고 신체적인 콤플렉스가 있던 상황에서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일단 큰 목표를 잡고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5월 대회를 목표로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됐다. 대회에 나가봐도 여자는 극소수인지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생님이 용기낼 수 있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아침에는 회사에 가야 하니까 1시간, 저녁에는 2시간 총 하루 3시간씩 운동에만 매달렸다.


■ 직장생활도 병행하며 대회에 나가기까지 과정에서 슬럼프도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일단 시작부터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암 치료를 받고 난 후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허리디스크도 있었다. 또, 생활습관도 엉망이었다. PT선생님도 내 몸 상태를 체크하시고 난색을 보이셨다. 평생 운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고, 강직성 척추염 때문에 평소에도 다칠까봐 조마조마하느라 근육들을 쓰지 않아서 근육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 달간 웨이트는 커녕 유산소 운동과 허리 주변 근육들을 유연하게 해주는 맨몸 운동 위주로 트레이닝 했다. 이렇게 해서 과연 대회는 나갈 수 있을까 많이 불안했다. 선생님이 운동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고 나서 웨이트를 집중적으로 하자고 안심시켜 주셨다.

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슬럼프가 컸다. 운동하면서 몸을 만들고 식단 관리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이해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식단 관리도 힘들었는데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 일반인들은 보디빌딩이라고 하면 단순히 근육을 굵고 강하게 키우는 운동으로만 알지 자세 한 트레이닝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보디빌딩 트레이닝 과정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거라 오히려 일반 트레이닝보다 더 약한 강도로 운동을 시작한 케이스다. 듣기로는 대회를 위한 트레이닝이 따로 있다는데 그런 건 하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트레이닝 과정으로 진행했다. PT선생님이 내 몸 상태에 맞게 지도를 잘해주셨다. 선생님을 잘 만난 거 같다. 선생님도 대회에 나가셨던 분이라 어떤 방식으로 트레이닝 해야 하고 어떤 근육들을 키워야 하는지 잘 아셨다. 


■ 보디빌더들은 경쟁을 위해 보충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고 꾸준히 하기 위해 대회 출전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게 된 거라 보충제는 따로 복용하지 않았다. PT선생님도 굳이 먹지 않아도 충분히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먹는 데 돈 쓰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 말을 들었다. 식단 조절만 열심히 했다. 근력운동할 수 있는 몸을 만든 후에 식단 조절을 했다. 보충제보다는 달걀, 닭가슴살 같은 음식을 먹어서 단백질을 섭취했다. 식단이 최우선인 거 같다.


■ 일반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대회에 나갈 정도의 몸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운동을 꾸준히 즐길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원래 취미가 딱히 없었고 회사만 다니는 입장이었다. 대학교 4학년 졸업하자마자 회사 생활을 시작해서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운동을 하다가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끼면서 그게 취미로 발전한 거 같다. 열심히 노력한 성과가 몸으로 나타나니까 더 성취감이 있었다. 원래 몸 만드는 것만큼 결과가 잘 드러나는 게 없다. 그 성취감을 느끼려고 꾸준히 운동했다.


■ 완벽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이조절 등 건강을 위한 습관이 따로 있을 것 같은데 본인만의 습관이나 규칙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꼭 한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스트레칭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는다.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10분씩이라도 스트레칭을 반드시 했다. 스트레칭 하나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정말 많이 변한다. 스트레칭을 하면 혈액순환도 잘 되고 군살이 빠진다. 무엇보다 회사에 가서도 몸이 피로하지가 않다. 또,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맞게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운동에 열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면서 운동을 취미로 삼게 됐다고 들었다. 운동의 장점을 소개해준다면?

유방암으로 인한 가슴 절제 등 처해있던 상황 때문에 평소 자존감이 많이 낮았었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고 대회를 한 번 나가서 목표를 이뤄보니까 자존감이 향상됐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점이 많다. 일이나 운동이나 노력한 만큼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몸이 좋아지니까 마음도 건강해졌다. 나이나 신체적인 부분에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운동을 통해 극복해냈다. 또, 운동하면서 노래를 많이 듣게 되니까 우울했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외에도 운동의 장점은 100가지 이상 되는 거 같다.


■ 어떤 것에 도전하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자기가 처한 상황 때문에,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미루고 있는 일이 있다면 우선 시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생각보다 더 잘 해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처음 출전한 대회라 결과만으로 봤을 때는 만족한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도전해내는 과정에서 깨달은 게 너무 많고 무대에 올라서 즐길 수 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42년 인생에서 어떤 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다는 것도 매우 의미 깊었지만 내가 이만큼 절제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과 운동의 균형을 맞추면서 두 가지 모두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의 진정한 능력과 가치가 나타났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할 거고 현재 7월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했던 나의 도전이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현재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황혜빈 기자  hhyeb@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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