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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나경원, 누구를 탓하랴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지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당내 의총에서 퇴짜를 맞으면서 리더십이 크게 손상을 받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국회 파행 80일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 합의문'을 마련했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거부했다.

의총에서 합의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여명의 의원이 ‘협상에서 얻은 게 대체 뭐냐’라며 집중 성토했고,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일부 강경 기류도 표출됐다고 한다. 의총 분위가 얼마나 험악했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는 자신이 서명한 합의문 내용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것이 최선’이었다”며 당내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사실 한국당이 다시 협상에 임한다고해도 더 이상 얻어낼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국회정상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마저 “새롭게 협상할 내용이 없다”고 단정할 정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 원내대표는 험악한 의총 분위기에 눌려 의원들을 설득하는 대신 스스로 “재협상을 하자”고 나섰다.

그러니 나 원대표가 국회에서 ‘왕따’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에 굴복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 추진을 합의했다가 이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정당의 원내대표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는데, 이번에 그런 일이 되풀이 된 것이다. 따라서 설사 재협상이 이루어지더라도 그걸 다시 백지화시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강경파 의원들의 요구를 합의문에 담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한국당 의원들이 내건 조건을 보면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다른 정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록 의총에서 협상을 재위임 받기는 했지만, 재협상에 나서는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번 합의가 불발된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발휘할 수 있는 협상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는 물론 당에서도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스스로 만든 것으로 누구를 탓할 게 못된다.

애초 여야5당 합의 정신에 따라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더라면 패스트트랙 정국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인데 나 원대대표는 합의문을 종잇장 취급했고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왕따’가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가까스로 국회정상화에 대한 합의문을 만들어 내 ‘왕따’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기가 꺾여 스스로 재협상을 선언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당내에서마저 ‘왕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후폭풍은 한국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 편에 섰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마저 25일“이후 국회파행 책임은 온전히 한국당이 져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한국당에 남은 선택 기회는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하느냐,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국회 밖에서 계속 목청만 높이느냐 둘 중 하나밖에 안 남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각 당의 안을 종합해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조항을 도출해 냈음에도 어렵게 이뤄낸 합의를 한순간에 걷어찬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은 국회에서 할 일을 하지 않는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한국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불철주야 세비만 챙기고 민생은 ‘버리기’로 한 것인가”라는 논평까지 나올 정도다.

어쩌면 ‘나경원 왕따’ 현상이 ‘한국당 왕따’ 현상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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