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고소-고발 취하 안 된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6-26 14: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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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이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서명한 국회정상화 합의안에 대해 추인을 거부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당에선 이런저런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정작 중요한 요인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에 대해 한국당 의원 44명을 고발했는데, 이를 취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한국당 의총에서 강경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국당이 합의문 추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지난번 패스트트랙 문제 때 ‘우당탕탕’했었던 국회 선진화법 위반. 그래서 본인들의 출마가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은 그것에 대해 뭔가 합의를 해 오라는 것”이라며 “속내는 그거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그 고소, 고발 취하해 준다고 해서 이 문제가 스톱되는 게 아니다. 정상 참작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거는 국회 전체가 피해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인지해서 경찰이 수사하고 있고, 그것도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거는 고소, 고발을 취하해도 별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이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파행이 이어지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없던 일`로 돌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은 정치적 유연성이나 타협과는 다르게, 엄격히 봐야 할 문제”라면서 고소.고발 취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 국정상화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이 문제가 중요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회의 방해 혐의가 적용되면 `피선거권 박탈` 등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여야 간에 국회 정상화를 위해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이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죄에 따른 형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로 국회선진화법에서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감금하면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1000만 원 이하,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서류 등이 손상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5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집행유예 이상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유죄 확정 판결 시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정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4월 이전에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검찰 구형이나 1심 재판에서 그런 정도의 중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각 당 당헌·당규에 의해 공천에서 배제될 수 가능성이 있다. 의원들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휘에 따라 패스트트랙저지에 나선 대가로 자신들이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한국당에만 자그마치 44명이다. 이들이 자신들이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갖고 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회정상화에 합의해 줄 수 있다는 게 한국당 의원들의 속내다.

하지만 그것은 정의가 아니다. 법은 만인에게 공정해야 한다. 누구라도 그렇듯 국회의원들도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의원들의 범법행위에 대해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고 각 정당이 담합해 고소.고발을 취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을 인지하고 이미 수사에 들어간 검찰에는 압력이 될 수도 있고, 나아가 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상 입법부가 사법권을 침해하는 일이 되는 까닭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취지에 반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동물’이 되었던 의원들은 그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다른 정당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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