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평화, 다당제 포기했나?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6-30 1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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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28일 국회에서는 ‘다당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가 이른바 '원포인트' 합의문이라는 걸 발표 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우선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양대 특위 활동기한을 8월31일로 연장하고, 정개특위 위원을 한국당 몫으로 1명 늘릴 뿐만 아니라 특위 위원장을 교섭단체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기로 합의했다. 즉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정개특위 또는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다. 패권양당이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개특위원장을 맡았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일방 해고’되고 말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가까스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태운 선거법 개정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는 것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함이고, 민주당은 그런 한국당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퇴출시키고 심상정을 지키는 것이 개혁의 길인데, 민주당은 나경원을 살리고 심상정을 버렸다. 그게 양당체제의 본질”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런데 정작 바른미래당에선 이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런 가당찮은 합의문을 들고 온 오신환 원내대표에 대해 질책하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당장 재신임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한데 너무나 조용하다.

손학규 대표는 29일부터 30일 까지 충남 도고에서 열리는 ‘제3의길 워크숍’에 참석한다고 한다. ‘제3의길’은 다당제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다당제 없는 ‘제3의길’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국회에서 ‘제3의길’을 가로막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그에 대해선 아무런 논평이 없다. 당내 화합을 위해서라면 그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굳이 오신환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제3당 원내대표가 다당제에 반하는 합의문을 들고 왔으면, 당 대표로서 따끔하게 한마디는 해야 옳았다. 다당제를 포기하고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게 아니라면, 패스트트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정도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한가하게 지방에서 워크숍이나 열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그것은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다.

'원포인트' 합의문이 발표된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민주평화당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도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마도 당내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싸움에 치중하느라 국회에서 벌어진 양당의 폭거에 대해선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면, 민주평화당도 존재할 수 없다. 다시 양당제로 회귀하는 정치퇴행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적당히 눈치 보다가 민주당이나 한국당에 들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즉 다당제 체제에서 제3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원포인트' 합의문 백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심상정 의원은 “한국당의 부활을 막고, 뒷걸음치는 민주당을 제치고 과감한 개혁의 고삐를 우리 정의당이 쥐고 나아가겠다”며 강한 결기를 보였다.

그런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왜 그런 결기를 보이지 못하는가.

군소정당의 시대를 마감하고 크고 강력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인가?

민주당과 한국당은 늘 싸우는 것 같지만 패권세력의 적대적 공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에 등을 돌리고 한국당과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그런 민주당의 의지가 '원포인트' 합의문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당내에서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다당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당장 당권찬탈을 위한 내전을 중지하고, 거대한 패권양당과 한판 승부를 펼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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