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지혜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02 14: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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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난 28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야합했다.

‘국회정상화’라는 미명하에 두 당이 각각 정개특위위원장과 사법개혁특위위원장을 한자리씩 나눠 먹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소리다. 두 특위 위원장직을 의석수 비율에 따라 1·2당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한국당의 요구를 민주당이 못이기는 척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두 특위위원장 가운데 먼저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자동으로 한국당에 넘어 가게 된다.

그로 인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을 통해 이루어낸 쾌거, 즉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개정안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왜냐하면 민주당내 여론은 사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개특위위원장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력화 시키려는 한국당이 맡게 될 것이고, 국민과 바른미래당 당원들이 염원하는 선거법 개혁이 물 건너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민주당은 그걸 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연비제 도입은 촛불시위에 담긴 민심으로 민주당도 그런 민심을 거역할 수 없어 수용하기는 했지만 내심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100% 연동형이 아닌 50% 연동형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것은 그런 민주당의 속내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당이 그마저도 백지화 시켜준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 되는 셈이다.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위한 야합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합의문에는 손학규 대표와 같은 당 소속인 오신환 원내대표가 서명하고 말았다.

바른미래당에 절대 불리한 내용, 특히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염원하는 당원들의 뜻에 반하는 그런 황당한 합의문에 서명한 이유를 모르겠으나 분명한 점은 오 원내대표가 사실상 해당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 등에선 오 원내대표를 질타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같은 당 소속 오신환 원내대표의 무지와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대단히 잘 못된 합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당처럼 여야3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평소 ‘협치’를 강조했던 손 대표는 이 문제를 놓고 상당히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면 패스트트랙을 무력화시키려는 한국당의 음모를 저지하면서 동시에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방안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런 방안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학규 대표가 지혜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손 대표는 1일 초월회에서 민주당이 정개특위위원장을 맡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정개특위위원장을 양보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여야3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패스트트랙을 무력화 시키려는 한국당의 음모를 저지할 수 있는 특단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선 “손학규 대표의 경륜에서 비롯된 지혜가 진가를 발휘했다”며 “역시 손학규”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손 대표는 2일에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온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과 함께 민주당이 정개특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에 내부에서 아주 황당한 반응이 나타났다.

양당 야합을 승인해 준 오신환 원내대표는 사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야3당 원내대표 간 어렵사리 이뤄낸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당대표의 월권행위"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이 부분에 대한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손 대표가 비록 ‘멍청한 합의’일망정 존중해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반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노인폄훼 발언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할 하태경 의원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손 대표의 (정개특위 위원장을) 심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발언은 굉장히 부적절하고 경솔하다”며 핏대를 올렸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 한다”는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경솔했는지는 까마득히 잊은 채, 진의를 알면서도 ‘손학규의 지혜’를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하 의원의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 의원은 자신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겸허히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부디 침묵의 시간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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