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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으로 6.25 기념하자고?
편집국장 고하승
   



단언컨대 한반도에서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발되는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남북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염원할 것이다. 그런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데, 4.27 남북 판문점 회담이나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으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으며, 국가예산의 20%를 국방비에 붓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위험 요소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사실상 종전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아마도 당시의 몇몇 감동적인 장면과 평화 분위기에 휩쓸려 현실을 도외시한 탓일 게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국가 최고지도자라면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직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핵시설 운영도 중단하지도 않았다.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된 것은 단지 회담을 다시 시작하자는 것일 뿐 완전 비핵화를 이루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적대관계 종식을 의미하는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판단이다.

오죽하면 평화주의자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마저 “과도하게 낙관적이고 조급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겠는가. 

실제로 손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비핵화는 아직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판문점 회담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실무적 회담 재개만 합의했다”며 “신중하게 대처할 일은 조급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대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내년에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북한과 공동 기념사업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린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국방부의 '6·25전쟁 70주년 국방사업 기본 구상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2020년을 목표로 각종 남북한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냉전 시대에서 평화 시대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기 때문에 남북이 6·25전쟁 기념사업을 공동으로 참여·개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단 한번도 6·25전쟁 도발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오히려 뻔뻔하게도 북한은 북침을 주장하는 등 관련 역사를 호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6·25전쟁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것인가.
물론 경제부문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문제에서라도 후한 점수를 받아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도가 아니다. 불가피하게 남북 공동행사를 해야만 한다면, 6·25전쟁 기념사업회가 아니라 3.1절이나 8.15 광복절과 같은 행사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새 정부 이후 한반도 종전 선언과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지만 ‘성적표’를 의식한 조급증, 그에 따른 6·25전쟁 기념사업 남북공동개최에 대해선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게 민심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이 같은 용역보고서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적대관계청산에는 실체적 실행이 필요한 만큼, 현존하는 위협, 즉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등 WMD와 미사일, 재래식 전력 등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종전선언’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북한 무기는 수백만의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걸 그대로 두고 성급하게 종전선언 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그런 상태에서 6·25전쟁 기념사업을 남북공동으로 개최하겠다니 과연 이런 정부에 우리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믿고 맡겨도 되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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