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척사유 인사청문위원 교체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08 15: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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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청문위원들의 '자격' 논란으로 소란스러웠다.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된 법사위원들은 인사 청문위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앞으로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게 되는 탓이다.

맞는 말이다. 고소·고발된 의원들이 향후 수사를 지휘할 사람, 즉 의원들의 기소 여부 결정권을 가진 검찰총장에 대해 인사 청문을 실시한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데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 18명 중 12명이 지난 4월말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 사태와 관련해 고소·고발됐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7명 전원이 피고발인 신분이다. 민주당에서는 송기헌, 백혜련, 표창원, 박주민 의원 등 4명이, 바른미래당에서는 오신환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마땅히 인사 청문위원에서 제척(除斥·특정 사건 당사자를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단 한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사청문회법(제17조 1항)에도 “청문위원이 공직후보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적절한지 법사위원장이 의견을 달라”고 주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윤 후보자 청문회에 임하는 한국당 소속 법사위원 6명 전원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고발당했다"며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위원을 전원 교체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방귀 뀐 놈이 성 낸다’고 한국당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실제로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에 찬물 끼얹는 행동을 선배 의원이 하는 것이냐. 용납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 사과 받아야 한다”고 매우 흥분된 어조로 반발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국민들은 한국당 의원만 고소·고발됐다고 생각하겠다. 민주당도 수도 없이 고소·고발당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마저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적격 여부를 논의해 국민에게 판단하게 해야 할 자리에서 위원들 상호간에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로 큰 소리를 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러분은 다 자격이 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도 한국당 의원들의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이른바 ‘채이배 감금 사건’으로 고발당한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은 감금혐의로 고발당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출석 통보를 받았지만 불응하기로 했다. 지난 4일 4명의 의원이 경찰의 출석통보에 불응한 것은 한국당 지도부의 소환불응 방침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윤석열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와 패스트트랙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인들, 특히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국회의원들은 ‘제척사유’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바른미래당 당원들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망발을 한 하태경 의원에 대한 징계요청안을 당 윤리위원회에 접수했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윤리위원장 불신임안을 제출, 징계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훼방을 놓았다.

그러자 당시 손 대표는 "고대 로마법에는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징계 대상자로서 제척 대상자에 포함되는 하 최고위원이 참여한 불신임 요구서는 재적 최고위원 과반의 요구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도둑놈이 자신을 재판하려는 판사를 바꿔달라는 요구는 가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송태호 윤리위원장은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하태경 의원은 징계를 모면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도덕성으로 문제가 있는 자신을 지키는데 사용한 것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정치인은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법사위원들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모두 인사 청문위원 자리를 내어 놓고 새로운 사람들로 전면 교체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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