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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또 ‘배신자’ 되려는가?
편집국장 고하승
   



내가 던진 표가 ‘사표(死票)’로 돌아오는 현재의 소선거구제 대신 ‘민심 그대로’ 의석수가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학계로부터 꾸준하게 제기 돼 왔다.

전국의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올해 발족된 것은 정치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올해 1월 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산하 ‘선거제 개혁 자문위원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300명)보다 60명 늘리는 권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전달했다.

전직 국회의장과 학계·여성·청년 등 각계 대표로 구성된 자문위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여간 의견을 모은 끝에 한목소리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시대적 요청임을 확인 한 것이다.

앞서 2015년 2월 중앙선관위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선관위 역시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도록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선거개혁을 거부하는 패권양당의 반대로 연동형비례대제 도입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데 동의해놓고는 말을 뒤집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겉으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는 척할 뿐, 이런저런 온갖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이로 인해 선거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패배감에 젖을 무렵,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으로 이런 흐름을 바꿔 놓았다.

여야 5당 대표가 연비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물론 나중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번복하기는 했지만, 이미 대세는 ‘연비제 도입’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뒤였다.

사실 한국당이 연비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공고히 유지되는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도 ‘선거제 개혁’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가장 혜택을 보게 될 정당은 바른미래당이다. 손학규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이른바 ‘손다방’을 운영하면서 대국민홍보전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내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 한다”는 노인폄하 망발을 했다가 당 윤리위에 회부된 하태경 의원이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실제 하 의원은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선거법 개정은 다음 총선 때 추진해야 당이 단합 된다”며 선거법개혁을 포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지어 그는 손 대표가 선거법 개혁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다른 길로 가야한다”며 “누군가가 나가야죠. 손 대표가 나가야지”라고 손 대표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묘수를 혁신위가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지금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목적이 “선거법 개혁 무력화”를 위함이라는 건데,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에 도움이 되는 선거제도를 포기해야만 당이 단합된다니 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아마도 그는 이런 상태에서 다시 당선되기는 애시 당초 글러먹었으니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포기하고 당 대표라도 되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졌거나,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생각을 지닌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른미래당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선거법 개혁을 포기하도록 손 대표를 압박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당이 연비제 도입을 결사반대하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을 포기하도록 만들면 그 공로가 인정되어 하 의원은 한국당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때부터 연비제 도입을 위해 싸워온 바른미래당 당원들, 그리고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선거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 그들에게는 ‘배신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금배지를 다시 단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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