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혁신위, 전원 ‘물갈이’ 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11 14: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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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40세 이하의 젊은 청년들로 꾸려졌다. 이미지 상으로는 대단히 혁신적(?)이다. 그런데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수준이하다.
혁신위원회가 10일 오후 3시부터 심야까지 이어진 마라톤 비공개회의에서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논의하지 않고 뚱딴지 같이 현 지도부의 거취와 이후 지도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여론조사를 통해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마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이런 코미디 같은 혁신안을 내놓은 정당은 바른미래당 밖에 없을 것이고, 그래서 전무후무한 ‘황당 혁신안’으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단지 혁신위원들이 나이가 어리고, 정치적으로 미숙한 탓에 판단을 잘못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정도 나이면 아무리 정치를 모르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름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옳지 못한 ‘황당 혁신안’을 내놓은 것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흑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당을 혁신하기 위해 혁신위원이 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손학규 대표 체제를 붕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혁신위원회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있다. 이른바 ‘쿠데타’ 세력이 추천해서 혁신위원이 된 사람들이 그들이다. 바로 그들이 분탕질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보자.
쿠데타 세력이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내세운 명분은 바른미래당의 낮은 지지율이다. 그런데 그게 손 대표 책임인가?
절대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9·2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를 전후로 6~7%대를 횡보하던 지지율이 10% 가까이 뛰어올랐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0%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른바 손학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손 대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뚜렷한 상승효과를 가져오지 못해 다시 6~7%대를 횡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것은 쿠데타 세력의 한축인 유승민 의원이다. 실제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개혁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줄곧 한국당 복당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각 언론은 그런 유 의원의 발언을 근거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에 대한 한국당 복당설을 끊임없이 보도했다. 그로 인해 유권자들은 바른미래당 분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됐고, 그것이 결국 바른미래당 지지율을 끌어 내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학규 컨벤션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은 사람은 유승민 의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지율도 과거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 지율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1월 둘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의 전국 지지율은 5%를 기록했다.
그리고 창원에서 실시된 바른미래당 후보의 낮은 득표율을 손학규 퇴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웃기는 얘기다. 하태경 최고위원 등은 4.3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바로 그 다음날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물론 당시 창원 재보선에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은 3.57%로 상당히 낮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승민 대표체제에서 치른 지난 지방선거에서 창원 성적표는 더욱 저조해 당시 바른미래당 창원시장 정규헌 후보의 득표율은 2.54%에 불과했다. 따라서 창원의 낮은 득표율을 손 대표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런 사실을 혁신위원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손학규 퇴진을 혁신안으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38만명 당원들이 선출한 당 대표를 고작 9명의 혁신위원들이 퇴진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반 혁신’이라는 걸 그들 스스로도 잘 알 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스스로 ‘황당 혁신안’을 만들어 오점을 남기려 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들을 추천한 세력들의 추악한 지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젊다는 게 뭔가.
젊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다. 그런 자산을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부당한 지침을 당당하게 거부하고, 진짜 혁신안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참된 혁신안은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금배지들이 당원들에게 ‘갑질’ 노릇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혁신이다. 그런 혁신안을 만들어 내라. 그걸 못하면 당신들은 역시 이준석 최고위원이 이끄는 ‘청년위 2중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미래 향한 비전을 마련하려 했지만 혁신위서 계파갈등이 재현됐다"며 자진사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게 어찌 주대환 위원장 한 사람의 잘못이겠는가. 젊은이들을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못된 기성정치인들의 잘못이고, 그런 정치놀음에 장단 맞춘 일부 혁신위원들의 잘못이 더 큰 것 아니겠는가. 이런 혁신위원회는 필요 없다. 전원 ‘물갈이’하고 새로운 혁신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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