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적폐’가 ‘구적폐’의 구원투수냐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18 1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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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7일, 아주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탄핵을 받고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민 10명 중 무려 4명 이상이 찬성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신문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1% 포인트, 신뢰수준 95%)에 따르면 응답자의 41.8%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반대 의견이 56%로 비록 찬성의견보다 높기는 했으나, 찬성의견이 40%대에 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구.경북과 울산은 찬성 응답이 모두 50%대로 반대 의견보다 상당히 높았다. 내년 총선에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박풍(朴風, 박근혜 바람)’이 불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이 등장한 것은 이런 정서 탓이다.

사실 탄핵 당하기 이전, 그러니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3주가 지난 무렵인 2016년 11월 1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고작 5%(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불과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런 국민의 분노가 ‘촛불시위’로 분출되기도 했다. 따라서 과거 친노 세력이 스스로를 ‘폐족’이라 칭했던 것처럼 친박 역시 ‘폐족’을 자처하며 숨죽이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되레 친박이 고개를 뻣뻣이 치켜들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마저 ‘도로친박당’화 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금 친박 세상이다. 사무총장 등 주요 요직은 모두 친박이 장악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이 40%대를 넘어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체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친박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당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부활’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의 무능, 오만,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 경제는 총체적 위기고,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회귀했으며, 한일관계는 해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할 때, 특별히 이것 하나만큼은 현 정부가 잘한다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국정농단’ 세력인 친박이 무덤에서 부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폐족 친노를 부활시킨 것은 친박이고, 폐족 친박을 부활시킨 것은 친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집권당과 제1야당의 패권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래선 안 된다.

양당 패권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즉 ‘신적폐’가 ‘구적폐’의 구원투수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제3지대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우뚝 서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당 복당을 갈망하는 일부 세력의 쿠데타로 인해 당은 분열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제3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패권양당이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양당제’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민주당이 한국당의 구원투수 노릇을 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정치퇴행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이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다당제를 지켜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구태 정치인들에 대해선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아울러 ‘호남 자민련’ 일부세력이 당권투쟁을 위해 ‘제3지대 정당’을 표방한 것에 대해서도 질책이 필요하다. 제3지대 정당은 명분이 타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반드시 ‘전국정당’이라야 한다. 그래야 패권양당에 맞서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민주평화당 일부 반당권파가 내건 ‘제3지대 신당’ 구호는 너무나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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