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가방을  만드는 조각가 김선영편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07-21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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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 나온 아티스트야!''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라는 대사가 히트했던 시절이 있었다.거의 그 시절 쯤, 이대 대학원, 거기다 이대 미대 나온 여자가 방 2개짜리 신혼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신문지를 모아 풀로 붙였다. 하지만 그건 돈되는 일이 아니다.

인형 눈을 붙이거나 봉투를 붙이는등의 돈되는 일을 하기에는 그의 꿈이 너무 컸다.

허긴, 이대 중에서도 미대를 다녔고 위대한 조각가를 꿈꾸는 아티스트가 무엇을 하든 결과물은 하루일당이 아니라 작품이어야 했다.

김선영이 미대를 가는건 본인 이외에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건설회사를 경영했던 그의 아버지 눈에는 ''참 쓸데없는 짓''으로 보였을 확률이 크다.
거기다가 재수까지 했다. 그래서 재수는 독하게 독학해서 이대 미대에 합격했다.

애초부터 무모했다. 아티스트 김선영은, 고3이 되어서야 갑자기 '미대'를 가야한다며 미친듯이 그림을 그렸다. 미대 수험준비를 했다가 떨어지고 재수는 독학 끝에 이대 미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여느 미대생처럼 여유롭지 못했다.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 부진으로 장학금과 알바로 근근히 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7년동안 만나던 남자와 결혼했다.

회계사인 남편은 유능했다. 회사들의 회계만큼 집안의 회계에도 밝았다. 그래서 집안의 회계도 남편이 맡았다.

각자 잘하는 걸 하기로 했다.

당연히 김선영은 아티스트로서 제 할 일을 했다.

약소한 신혼방에서 신문지를 풀로 붙이기 시작한 그녀는 매일매일의 드라마가 빼곡이 적혀있는 신문지들이 한덩어리가 되어가는 것을 보며 세상을 관조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나라의 미래와 철책선 너머 북한에 사는 백성들의 굶주림과 월드컵 4강에 오른 대한민국 축구팀을 향한 비명같은 함성과 그래도 배가 고프다는 히딩크의 폭발적인 어퍼컷이 거기 뒤섞여 있었다.

''신문지가 한덩어리가 되면서 저한테 말을 걸어 오기 시작 했어요.''

''여기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있다. 술먹고 사람을 죽인 이야기. 먼 나라 해적에게 잡혀갔던 사람들을 기적같이 구출해낸 사람들의 이야기,컴퓨터 하나로 황제가 된 사람의 이야기, 우리가 사무실에서 쓰던걸 다 합치고 거기에 사진기까지 달아서 '스마트폰' 이라며 파는 사람의 이야기들이 다 있다. 그런데 김선영은 어디에 있는거냐?''

김선영은 그 답을 구하기위해 신문지 덩어리를 자르고 깍고 다듬고 관통하고 때때로 비틀어서 형상을 만들었다.

변형된 세상속의 잡다한 이야기들은 신문지 덩어리의 모양에 따라 뒤틀리고 꼬이고 단절되어 전혀다른 드라마를 구현해 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는데 아직도 그는 북한 사람들처럼 히딩크가 배가 고프다 .해적들이 사람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했는데 온난화 현상 때문에 해류온도가 바뀌어 꽁치값이 칼치값 보다 비싸졌습니다. 오늘 날씨는 연탄불을 피우고 일가족이 자살을 했기 때문입니다 ''

신문지를 모아 이런 혼돈의 드라마 덩어리를 만든 그녀는 그것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그 틈새에 김선영 본인의 존재를 채워넣고 싶어했던거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그녀의 실존을 발견해 주기를 기대했을거다.

그 신문지 덩어리 속에 칩거해 있던 김선영이 세상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파리가 보이고 뉴욕이 보이고 유럽이 ,아프리카가 보이기 시작했다.전세계의 초청 전시회를 휘돌아 다녔다.

뉴욕. 상해, 스위스. 베니스,동경, 홍콩등에서 초청한 20여회의 개인전과 통산 230회의 그룹전을 치르는 30년동안, 조각가 김선영은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드디어 발견했다.

그녀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새로운 미션을 받아든 탓이다.

소금이다!

그는 자신의 절대자로부터 소금의 소명을 받아들고 세상의 삶 속에 그것을 어찌 담아내야 하는가를 숙고했다.

'' 가방이 필요 했어요. 아주 큰 가방이요.''

그래서 그녀는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꼭 가지고 싶은 핸드백,언제나 곁에두고픈 가방을, 누구나 들고싶은 핸드백을 생각했고 결국 , 아무도 들 수없는 핸드백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함께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크고 무겁다. 돌로만든 것도 있고, 옥으로 만든 것도 강철로 만든것도 있다.

''정말로 큰 가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광화문에 세우고 싶었지요. 세종대왕 보다 크게, 이순신 동상을 담을 만큼 크게,''

그 큰 가방을 만들어서 무엇을 담고 싶은걸까?

''소금이요! 꽃도 담고, 돈도담고, 꿈도, 그리움도 담아내고 아직도 비어있는 빈자리에 소금을 채울 겁니다. 소금은 황금보다 중하거든요.''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사람을 찾았다는 철학자가 있긴했다. 이대나온 조각가 김선영은 소금을 채운 가방을 세상 가운데 세워놓고 무엇을 찾고 싶은걸까?

그녀의 전시장에 찾아가 보면 여지없이 입구에 서있는 커다란 핸드백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귀여운 여인'' 에게 선물해 주고픈 모양새다. 그러나 너무크고 무거워서 동화속 거인국의 '힘센 아줌마'에게나 마땅한 핸드백이다.

그런 여자를 만날 확률은 이 생엔 없을듯 하다.

헌데, 거기에 가득찬 소금은 또 누구에게 뿌리고 싶은걸까?

''아니요! 욕하면서 뿌리고 싶은게 아니라, 그 소금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에 뿌리고 싶은 겁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 그 한줌의 소금들이 세상을 정화하는 길을 열어주길 소망하는거지요. 하늘의 빛은 그가 열었으니...''

욕심껏 크게 열어놓은 가방안에 세상의 갈망을 가득 담아놓고 그것들이 썩어 욕되지 않게 소금으로 채워, 그가 믿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는 거다.

''제가하는 작업의 전부가 온전히 그의 것 입니다. 제가 도구가 될 수 있는 축복에 늘 감사 할 뿐이지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절대자 하나님께 오직 그의 뜻대로 살겠노라 약속을 했다. 때때로 세상과의 달콤한 밀월 때문에 그 약속이 희미해 질 때, 절대로 잊지 않기위해 반지를 만든다.

그반지 생김새 역시 손 안에 품어 ''귀여운 여인''에게 전하고 싶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약속의 증표가 되게 하려면 누구나 볼 수있게 해야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반지가 저렇게 커지고 말았네요.''

그 반지속에 영원히 변치않는다는 다이아몬드 대신 소금 결정을 깎아넣었다.

''당신의 약속은 아직도 안녕 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은건가? 라고 물었다

그냥웃는다!

소리없는 함박웃음이 저런거겠지. 잘 웃지않는 그녀가 웃는 타이밍이 있다. 때때로 어색하거나 자신의 말중에 의도가 전부 전달이 안될거라고 생각한 순간, 예의 그 함박웃음으로 남아있던 전부를 대신한다. 나름 개성있는 소통수단이다.

그러나 아티스트 김선영이 '완전한 소통' 이라고 믿는 절대자와의 온전한 소통에는 그 길을 여는 '소금'이 필요하다.

그 '소금'을 담아내기위해 김선영은 오늘도 가방을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그 가방에 그동안 가득 담겼던 꿈과 욕망들이 모두 '덧없음'을 알게 되는 날, 거기 가득찼던 소금 조차도 별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날, 그날, 그녀는 그 커다란 가방 속에 평화롭게 아름답기만한 그저 '비어있음'을 발견 하고야 말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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