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최성 측, ‘매관-매직 이행각서’ 의혹 일파만파

홍덕표 기자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6-04 09: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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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양측 통화녹음 파일 확보...인사·사업권 논의에 ‘돈’도 언급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시 예비후보자였던 이재준 현 고양시장을 ‘컷오프’ 된 최성 전 고양시장 캠프가 지지하는 조건으로 인사·사업권 등을 나누기로 하고 이행각서를 작성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최근 문제의 이행각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휴대전화 7~8대를 압수했다. 이들 휴대전화에는 이행각서가 작성된 것을 뒷받침하는 통화녹음 파일이 다수 저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휴대전화에는 이행각서 작성자로 나타나 있는 이 시장과 최 전 시장 측 대리인인 전 보좌관 ㄱ씨를 비롯해 이해당사자들 간의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


이 시장이 인사권 등과 관련해 이행각서에 거론되는 최 전 시장 측 인물들과 통화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돈’에 대한 언급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어떤 용도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이 약속 이행 과정을 놓고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는 최 전 시장 측 일부 관련자들이 “(이행각서 작성에 대해) 자수하겠다” 또는 “내가 나서 고발하겠다”는 등 이 시장의 일부 불이행에 따른 불만적인 대화도 들어 있다.


앞서 지난 1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2018년 4월 고양시장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된 최 전 시장 측과 현 이 시장이 당원 지지를 대가로 인사권과 사업권을 나누는 이행각서를 쓰는 등 대가성 있는 불법적 약속을 했다며 당 명의로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대검에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고양지청으로 이첩돼 관련자들이 최근 잇따라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시장은 이행각서에 대해 “조작된 문건”이라며 당시 황교안 대표를 사문서 위조 및 허위사실 유포, 무고죄 등의 공범으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확률은 낮지만 이행각서가 최 전 시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측근 참모들이 당내 경선 ‘컷오프’에 반발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이행각서’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는 최 전 시장의 직접 관여 여부를 떠나 지방자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된다. 그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권력과 자리를 나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처럼 각서를 통해 인사권과 사업권은 물론 민원처리 업무까지 구체적으로 분배한 문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행각서는 민주당 고양시장 경선을 앞두고 최 전 시장이 ‘컷오프’된 직후인 2018년 4월30일 작성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후 양측은 선거사무실을 통합해 경선을 준비했고 당시 이재준 예비후보가 다른 예비후보 3명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이 시장의 경선 승리는 지역에서 ‘이변’으로 평가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를 지지기반으로 한 예비후보 중 한 명이 유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을 깨고 경기도의원 출신의 이 시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행각서는 총 15개 항으로 돼 있다. 각서에서 ‘우리’는 최 전 시장 측을 말한다. ‘비서실장을 포함 3인을 비서실에 채용한다’ ‘감사담당관 2인을 추천하여 1인을 채용한다’ ‘○○○씨는 비서실은 물론 어떠한 자리도 챙겨주지 않는다’ ‘승진 인사는 우리 측과 긴밀하게 협의 후, 진행한다’ ‘7월 보직 인사는 소폭으로 한다’ ‘킨텍스 지원(C4) 부지는 을측과 협의 후 무조건 매각하는 것으로 한다’ ‘우리 측 공무원들은 최대한 오해가 없는 선에서 인사를 단행한다’ ‘정, 김, 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적당한 자리를 보장한다’ ‘문화재단 대표, 킨텍스 감사, 체육회 사무국장, 자원봉사센터장 등 우리가 채용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한다’ ‘선거 정책은 캠프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우리가 전수 지원하며 진행한다’ ‘공무원들의 우리 측 사람들에 대하여 긴밀한 사안의 첩보는 우리 측과 반드시 협의하여 처리한다’ ‘기타 민원사항을 처리하는 통로를 추후 양측 1인씩으로 정한다’ ‘동·서구 의원실 중요 민원은 반드시 우리 측과 협의 후 진행한다’ ‘통과 후 최성 시장에 관하여는 어떠한 일이라도 우리 측과 협의한다’ ‘이후 우리 측의 모든 동력을 경선 과정에 투입, 반드시 필승한다’ 등이다.


이 중 일부는 이행각서대로 실제 인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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