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16] 희망을 배제하는 미국, 희망만 의지하는 한국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15 11: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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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언사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매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합참고위 관리는 최근의 북한의 움직임에 대하여 만반의 군사적 조처를 하고 있음을 밝히며 김정은의 오판을 경고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말은 희망(Hope)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평범한 이 말이 왜 그리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는지 설명 할 수 없다. 정작 당사자인 한국의 한가한 대응에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던 터에 미국의 이러한 바른 태도가 너무나도 대조적이어서 그럴 것이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북한의 협박에 부화뇌동 할 필요도 없겠으나 이처럼 태평하게 국가의 위기에 둔감한 한국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국가안보를 책임 져야 할 사람들이 적의 눈치를 보는 행동이나 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 할 정도이다. 필자는 여느 사람들처럼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매우 위험한 지경이란 예측에 대하여 평가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얼마가 되든 국가지도자 및 책임 있는 정부는 1%의 가능성에도 대비를 하여야 한다. 최소한 민방위 훈련이나 군의 경계 태세를 높이는 조처라도 취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조처도 없는 행동에 대하여 추궁하는 세력도 없으니 이게 과연 나라인가?

협상의 귀재라 하는 트럼프와 게임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은 협상의 측면에서 볼 때 심각한 악수를 두었다. 필자는 정부의 대외경제 협상 팀 들을 위한 연수로 하바드 대학교의 법과대학에서 일주일정도 협상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과 사례를 익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받은 사례 발표 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새 집을 사러가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려서 언제까지 집을 사야 한다는 말을 하는 구매자를 예로 들며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손해를 끼치는지를 협상의 원칙을 설명하는 사례로 소개하던 것이었다. 유능한 협상 자는 먼저 정보를 흘리기 보단 되도록 상대방의 말을 유도하여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었다. 연말까지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못 박은 김정은은 매우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밝혀 합의의 구간(Zones of Possible Agreement: ZOPA)을 좁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옥죄는 우를 범하기도 하였다. 김정은이 지나치게 간과한 것은 트럼프가 선거와 탄핵사태 때문에 자신과의 협상에 목맬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거나 그런 주변의 조언을 들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틀린 상황판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이 트럼프를 억지로라도 흠집 내려는 상황인데 북한에 질질 끌려가는 미국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미국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은 한심하다. 또 선거를 앞두고 군사작전이나 전쟁을 할 수 없을 거란 계산도 전혀 오판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남한의 협조가 없이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빗나간 것이다. 이미 미국은 대북문제에 있어 과거의 에치슨라인을 다시 적용 하고 있다. 모든 군사훈련은 일본주둔 미군에 의해 단독으로 실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오판을 하는 김정은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북한의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는 것이 짐작된다. 스스로 덫을 논 것 때문에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어 진 것이라고도 하겠다. 핵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이를 포기 할 수 없음은 자타가 다 아는 것이다. 아울러 독재체제하에서 경제적 수단과 협박에 의한 체제유지가 유엔에 의한 경제적 제제에 의해 얼마나 취약한 지를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혹자는 김정은이 아주 스마트하고 협상의 귀재라는 식으로 평가하나 필자는 정 반대로 보고 있다. 김정은은 매우 다혈질이고 협상의 경험이 없는 체제 속에서 트럼프와 같은 사업가의 협상 상대로는 턱없이 부족한 자이다. 영화 대부에서 첫아들 소니가 과격한 성격으로 적에게 유인되어 비참하게 피살당했다. 동생인 마이클은 냉혹하고 침착한 태도로 그 험한 마피아 세계를 평정하는 것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조언처럼 적을 미워하지 말고 냉철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라는 지침이 얼마나 적절한 조언이었는지 영화는 말해준다. 김정은은 북한의 내부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 형성된 성격인지는 몰라도 쉽게 흥분하고 말이 많은 수준이하의 협상가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불행한 독재자이며 잃을게 제일 많아 불안한 한 인간이다. 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의 전쟁이다. 그러니 언제든지 전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더더욱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세계사적 흐름을 보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단순한 경제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이념전쟁, 세계관 전쟁의 프레임 속에서 그 가장 취약하고 분쟁의 발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한반도이고 남지나해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도 그 뒤의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홍콩문제가 단순한 한 도시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체제에 대한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 미국의회에서 홍콩관련 조처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김정은은 간과하고 있거나 중국의 지원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흡사 비극의 주인공이 된 유신치하의 차지철비서실장의 경우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전쟁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을수록 전쟁은 안 일어날 거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는 확률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볼 때 현명한 대처방법은 아니다. 책임 있는 지도자는 최악의 상황을 늘 대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역사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그 시나리오가 비록 확률적으로 낮은 것이라도 말이다. 안전한 것이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는 것보다 낫다(Be Safe than be Sorry)는 지혜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확률만 따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대비해야할 위험은 비가역적이고 치명적인 것이기에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창문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기 보다는 들에 나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 한반도의 기상예측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날씨를 조절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어떤 날씨가 오더라도 대비가 되어있는 자신이 되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과거 역사 속에서 범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포지셔닝을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마침 영국에서는 보수당이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갇혀있는 노동당에 엄청난 거부감을 내 보인 선거결과가 나왔다. 브렉시트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사회주의에 염증을 느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유념해야 하겠다. 지금의 정부는 북한에 대해 희망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북한의 체제가 부러운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국민들만이라도 올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할 엄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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