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무공천‘ 이재명이 옳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20 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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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내년 4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 그러면 지켜야 한다.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은 ’중대 비리‘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의 이런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그의 ’무공천‘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저히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다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며 공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비록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그걸 빌미로 규정을 바꾸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정도로 규정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을 보면 그도 역시 어쩔 수 없는 한낱 ‘정치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선 안 된다.


이 지사가 지적했듯,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그들도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다. 하물며 집권 여당이 신뢰를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단지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요식적인 행위로 신뢰를 짓밟아 버린다면, 그런 정당에 국민이 무슨 희망을 걸겠는가.


민주당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눈살찌푸리는 행태를 보인 바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민주당은 그들의 비열한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로 인해 소수정당에 돌아갈 비례 몫을 거대양당이 독식하게 됐고, 결국 다시 양당제로 정치가 퇴행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로 인해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공룡 여당’이 되었지만, 그 결과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통합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국민에서 석고대죄’하는 요식행위를 거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내는 추태를 보인다면 국민이 그런 민주당을 어찌 보겠는가.


정말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면,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무소속이나 제3의 후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얼마든지 손해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반드시 ‘민주당 후보’여야 한다는 그 발상 자체가 오만이자 독선으로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이제는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 성추문이라는 ‘중대 비리’를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치부하거나 이런저런 온갖 핑계를 대면서 슬며시 후보를 내는 추태를 보여선 안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이미 ‘위성정당’ 창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에 다시 ‘무공천’ 당헌을 뒤집고 후보를 낸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영원히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선택은 재보선 이후 치러질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런 경고는 제1야당인 통합당에게도 마찬가지다. 만일 통합당 후보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이 있다면, 당헌.당규야 어떻든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내년 재보궐선거야 말로 정당의 책임정치가 뿌리내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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