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낙’이냐 ‘이대만’이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03 11: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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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요즘 국회 출입 기자들 입에서는 ‘어대낙’이라는 말과 ‘이대만’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를 놓고 밥값 내기하는 기자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


'어대낙'은 "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낙연" 이란 뜻이고, '이대만'은 "이러다 대표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지난 8.29 전당대회 이전에도 ‘어대낙’이라는 말과 ‘이대만’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나돌았었다. 당시 ‘어대낙’은 "어차피 당권은 이낙연"이라는 의미였고, 그때 많은 정치부 기자들은 ‘어대낙’에 내기를 걸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낙연 대표는 전대에서 압승해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분위가 사뭇 다르다고 한다. 기자들 대부분이 ‘이대만’ 쪽에 내기를 건다는 것이다. 즉 기자들은 이낙연 대표가 끝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못되고 당 대표만 하다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민주당 분위기를 보면,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당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 공판을 앞두고 민주당 친문계 의원이 대거 참여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 발족움직임이 나타난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친문 의원 중심의 '민주주의4.0 연구원(가칭)'이 이달 22일 창립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한다. 홍영표 전해철 김종민 황희 김영배 정태호 의원 등 친문 핵심의원 등 무려 50여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단법인 형태로 구성되는 연구원 초대 원장은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이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른바 '부엉이'로 불리는 친문 핵심그룹이 본격적으로 세력화에 나선 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기에 ‘부엉이’들, 즉 친문 핵심그룹이 세력화에 나선 것일까?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2심 판결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지사의 2심 결론이 금주 금요일에 나온다. 


만일 김 지사가 그날 재판부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이라는 잠정 결론을 뒤집고, 극적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단숨에 친문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친문 좌장 격인 이해찬 전 대표도 김경수 지사를 대선주자로 평가한 바 있다.


당내 친문계 의원들 사이에선 “김경수 지사 재판 결과 이전에 나오는 여당 대선주자들 지지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엉이들이 바라는 ‘대선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엉이들이 김경수의 무죄판결에 대비해 세력화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싱크탱크 참여자들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대선 싱크탱크가 아니다"라며 이 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그 이후의 중장기 국가 과제를 연구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내년 조기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 대선 후보 경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 등을 감안 할때, 친문 핵심인사인 부엉이들이 당내 의원과 전문가를 규합해서 집권플랜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어쩌면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낙연 대표가 온갖 비판을 감내하며 무리하게 당헌개정을 추진한 것 역시 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이낙연 대표는 친문 대선주자에게 꽃길을 깔아주기 위한 ‘희생양’인 셈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 대표로서 당당하게 ‘무공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당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듯 전당원투표를 실시해 본인의 이미지만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대가인 것을.


그 대가가 ‘어대낙’이 아니라 ‘이대만’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도 이낙연 대표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 없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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