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정수 확대 vs. 지역구 축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08 11: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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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8일 오후 예산안·선거법·검찰개혁 단일안 마련을 위한 원내대표 급 회의를 연다고 한다. 

 

'4+1 예산안 협의체'에선 9일 본회의에 수정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했고, '4+1 검찰개혁법 협의체'에선 지난 6일 한 차례 회동을 갖고 각 정당의 입장을 공유함에 따라 사실상 단일안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를 바 없고,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4+1 선거법 협의체' 결과뿐이다.

 

그런데 선거법 협의체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인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연동률 50%' 안(案)과 함께 연동률 50%의 '240석·60석', '250석·50석' 안 가운데 하나를 단일안으로 제시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계획 탓이다.

 

실제로 '4+1 선거법 협의체'에선 이 3가지 안을 놓고 선거구 획정 시뮬레이션에 들어갔으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안을 원내대표급 회의에 단일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방향이 참 이상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해서 선거에서 나타난 정당 투표 결과대로 의석이 골고루 배분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승자독식의 잘못된 현행제도에서 나타나는 절반 가까운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 왜곡된 민심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특히 다당제의 정착으로 인해 패권양당제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바람직한 재도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집권당인 민주당이 기득권을 온전하게 내려놓지 않으려다보니 준연동형이라는 기형적인 반쪽 연동형제가 패스트트랙에 올라갔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결사반대와 지역구 축소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을 핑계로 이마저도 후퇴시키려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핑계는 양당제 체제에서 누려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움켜쥐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 

 

지역구를 축소하는 문제가 어렵다면, 그걸 핑계로 선거개혁을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의원정수를 확대해 선거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옳다.

 

사실 지역구를 축소하려면 현행 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현역 의원들이 반발을 뚫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선거법은 결국 의원들이 투표해야 통과되는 데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지역구를 유지시켜준다면 그건 개혁이 아니다.

 

따라서 차라리 지역구를 축소하지 않고 비례대표만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핑계로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의 포퓰리즘 전략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고 지역구 의원만 270명을 뽑자는 반개혁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악용한 포퓰리즘이다.

 

따라서 '4+1 협의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지니고 대국민 설득에 나선다면 일부 의원정수 확대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지금 나타나는 의원정수 확대 반대 여론은 국회불신에 따른 감정적 반응이다.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한다면 국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현재로선 의원 수를 대폭 줄이거나 늘리는 방향의 합의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역구를 축소하는 방향에 방점을 찍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민주당의 기득권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그로인해 모처럼 주어진 선거제도의 개혁을 후퇴시켰다는 역사의 평가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지금은 지역구 축소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차라리 의원정수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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