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기술자’ 안철수, ‘제2 유승민’ 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08 1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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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 38석 국민의당 → 바른미래당 → 3석 국민의당.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야권 새 판짜기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신당창당을 제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정당들이다. 이번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 다섯 번째 당을 만든 정치인이라는 대기록을 남기는 셈이다.


당을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수 있겠으나, 그보다 중요한 능력은 자신이 만든 당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창당에는 기술자일지 모르겠으나, 그가 만든 당을 키우고 유지하는 능력은 없었다. 그가 만든 당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마 이번에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죽하면 ‘안철수와 함께하면 그 당은 망한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안철수 대표는 다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야권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다시 국민의당으로 돌아온 안 대표가 창당한다면, 이번이 다섯번째가 된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6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 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을 향한) 비호감을 줄일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의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정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서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모이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놓고 ‘나를 중심으로 모이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신이 신당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안 대표의 제안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아니라, 중도,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신당을 창당해 내년 보궐선거를 치르자는 것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야권이 우리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나"라며 안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당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한마디로 ‘3석 미니 국민의당’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막연하게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믿고 딴짓을 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중심의 신당은커녕 연대조차 관심이 없다는 거다.


한마디로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생각이 있으면, 밖에서 떠들지 말고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로 촉망받았던 안 대표의 입지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는 자업자득이다.


바른정당 → 바른미래당 →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해 놓고는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백기 투항한 유승민 전 의원이 지금은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된 것처럼, 창당기술자들은 그가 누구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당은 만드는 것보다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당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비록 그러다 쓰러졌더라도 안 대표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을 것이란 점에서 그의 태도가 너무 아쉽다. 


이제 안 대표는 ‘창당기술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3석 국민의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러다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당을 지키려는 노력을 단 한 번이라도 보여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 아니겠는가. 


당을 만들어 놓고는 그 당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큰 당에 빌붙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보려는 정치인의 비참한 말로는 유승민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 안철수까지 그런 전철을 밟아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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