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23명은 어디로 갈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1-03 11: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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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국회의원 최종평가에서 감점 대상인 ‘하위 20%’를 계산할 때 총선 불출마자를 모수에서 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역 민주당 의원 125명 중 20%인 25명이 공천·경선 심사에서 20% 감산 페널티를 받게 되는데, 현역 불출마자가 하위 20%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출마자들이 하위 20%로 꼽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3명이고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의원은 김성수·서형수·이용득·제윤경·최운열 의원 등 5명이다. 이들 8명을 제외한 117명 가운데 하위 20%인 23명이 20% 감산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 방식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인위적인 물갈이 대신 ‘시스템’을 통해 물갈이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4일 '제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일로 공표하고, 이후 18일부터 자료제출 등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간다. 12월 초에는 지역유권자 평가 ARS(안심번호 여론조사)도 진행한다. 


공개된 배점 등 평가 기준은 크게 4가지로 ▲의정활동 ▲기여활동 ▲공약이행 활동 ▲지역활동이다. 이중 의정활동 항목 내 입법수행실적(대표발의ㆍ입법 완료ㆍ당론 채택 법안)이 7% 가량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민주당 의원실에서 평가를 위한 '졸속 입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국회에선 총 185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181건이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국회의원 최종평가에서 의정활동을 평가의 중요한 한 축으로 하고, 법안 대표발의 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평가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고 그것이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결국 주관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누가 왜 몇 점을 받았고,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성평가’ 부분이 그렇다.


각 의원 실이 평가 프로그램에 의정활동·기여활동 수행 내역을 ‘서술형’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평가위원들이 보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일종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어서 다분히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소통 수행실적의 일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의 경우엔 각 의원의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의 주소를 제출하면 평가위원들이 접속해 그 내용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가령 게시물이 100개인데 '좋아요'가 없는 경우와 게시물이 1개인데 '좋아요'가 100개인 경우 평가가 어떻게 다른 지 질문하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렇게 모호한 기준에 의해 하위 20%에 해당되는 성적이 나온 현역 의원들은 그런 자신의 성적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하위 20%의 연혁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당 지도부가 하위20%에 해당하는 의원들에 대해 단순히 경선에서 20% 감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성적표를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의중에 있는 잠재적 ‘물갈이’ 대상들에 대해 사실상의 ‘컷오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검토 수준으로 거론되는 ‘하위 20% 명단 공개’ 방침이 확정될 경우, ‘물갈이’ 대상은 스스로 알아서 공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 물갈이 대상은 친문보다는 비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 지도부가 ‘시스템 공천’을 천명하며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평가 요소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절대적으로 비문에게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하위 23명의 민주당 의원들, 사실상 주류 측에 의해 밀려나게 될 비문계 의원들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명예회복을 위해 무소속출마나 제3지대 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 집권당에서 비박계가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것과 같은 현상이 지금의 민주당에서 똑같이 재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것이 제왕적대통령제의 비극이다. 어쩌면 자유한국당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실제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비박계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패권양당제의 폐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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