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무공천’ 선언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8-13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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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민심이 뒤집혔다. 권력 누수(레임덕)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여당은 176석의 거대한 힘만 믿고 ‘의회 독재’를 자행한 탓에 넋 놓고 지켜만 보던 무능한 제1야당에조차 밀렸다.


실제로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나왔다.


야당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거쳐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46개월 만에 처음으로 집권당인 민주당을 추월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통합당의 정당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9%포인트 오른 36.5%를 기록했으나,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7%포인트 내린 33.4%에 그쳤다.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3.1%포인트로 양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 역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이래 지속적인 하락 추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0.6%포인트 내린 43.3%로 나타났으나, 부정평가는 0.1%포인트 오른 52.5%를 기록했다. 긍정-부정평가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9.2%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특히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과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서울의 경우, 통합당은 4.1%p 오른 39.8%로 민주당(32.6%)보다 7.2%포인트나 앞섰다. 


부산의 경우는 참담하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통합당은 무려 5.7%포인트가 올라 48.5%의 높은 지지율은 기록했다. 이는 여당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율 47.8%보다도 높은 수치다. 


당장 오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 후보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이처럼 참담한 지경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반성할 줄 모르는 그들의 뻔뻔함’일 것이다.


사실 서울과 부산에서의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이 공천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민주당은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선언이 따라야 한다. 민주당 당헌에도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당헌을 고쳐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며 “반드시 재보궐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기반성 없는 뻔뻔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오히려 민심을 자극할 뿐이고, 민주당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선관위는 박원순·오거돈 후임 선출비용을 838억 추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으로 그 많은 혈세가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무공천’을 선언하는 게 민주당이 살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 패배할 것이 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후보 공천을 했다가는 8.29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당권 주자도 그 자리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대권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공천’을 선언하고 제3의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하는 게 낫다.


그래야만 무능한 통합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 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지금 통합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야당의 역할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분히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지지할 정당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통합당 지지로 선회했을 뿐, 적극적인 지지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제3의 대안 세력이 있다면, 그쪽으로 지지를 옮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다시 다당제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과욕을 부려 지난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꼭두각시 정당’를 만들었고, 그 후유증이 지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민주당의 무공천 선언이 그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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